여행/산 바다

봄날의 관악산 오르기

Naturis 2010. 4. 1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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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봄날에 새벽부터 관악산으로 출발했다. (2010년 4월 11일 일요일)

새벽 5시 너무 이른 시간에 잠에서 깨어버려서 더 잠을 청하려다 실패하고 그냥 컴터 조금 뚝딱거리다가 6시 반쯤에 관악산으로 출발하였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아침 일찍 산에 오른적이 여지껏 없었다. 새벽산행이나 야간산행은 고사하고 일찍 출발해야 보통 오전 9시쯤이었으니 나에겐 정말 새벽같은 시간이다.

좀 이른 시간이어서 일까 산행길이 그리 붐비지는 않지만 이미 산행을 끝내고 내려오는 사람들도 제법 많이 보였다. 그 산행객들은 어쩌면 일출을 보고 내려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 코스는 제일 좋아하고 익숙한 그래서 부담없는 서울대입구 만남의 광장에서 칼바위능선, 장군봉을 거쳐 제1깔딱고개 정상부근 국기봉, 그리고 거북바위를 거쳐 다시 서울대입구 만남의 광장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등산 관련 글모음*

관악산 산행기 모음 : http://naturis.tistory.com/tag/관악산



돌산쪽으로 가는 샛길 중간중간에는 철쭉(또는 진달래? 잘 모르겠당 ^^; )과 개나리가 활짝 펴있는데, 고지대로 갈수록 꽃을 보기가 힘들었다.







 


돌산 근처의 바위 사이에서 곧 피어나려고 준비하는 철쭉 또는 진달래...





하늘은 맑고, 아침이라서 그런지 하늘사진 찍기가 수월하다. 해가 중천에 뜨면 더 이상 제대로된 하늘과 구름을 사진에 담기가 힘들어진다.




돌산을 지나 칼바위 국기봉쪽으로 가는 중간에 관악산 정상을 찍은 사진. 새털구름류가 하늘을 뒤덥고 있는데 노출부족으로 찍어서 좀 과장되어 보이는 느낌이 있긴하다. 이쯤이 오전 8시 조금 넘을 시각.




장군봉을 못미쳐 칼바위 국기봉에서 찍은 철쭉 꽃망울. 더 이상의 고도에서 꽃을 보기는 어려웠다. 해발 4백미터가 조금 넘는 위치인데..




약간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콧물을 훌쩍거리며 오른 칼바위 국기봉. 저너머 높은 쪽은 장군봉 방향.
장군봉 코스에서 가장 험한 곳이라 왠만한 노인네들이나 아주머니들은 이 곳을 우회해서 간다. 그래봐야 8봉 능선 중 7봉의 90도 각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곳은 생명의 위협을 느낄만한 곳이지. ㅋㅋ 그래도 재미는 있다. 바위상태나 신발이 받쳐주질 않으면 오르기 힘들지만 ^^;





칼바위 국기봉 근처에서 신림동쪽을 바라본 풍경



칼바위에서 장군봉으로 가는 길에 바위를 못 건너는 아주머니들을 친절히(?) 돌봐주며 40분동안 열심히 달려서 온 삼성산 부근 국기봉에서 본 삼성산 정상.  생각보다 빨리 왔다 싶긴 하다.

 



나의 쉼터. 거북 바위. 간단히 바나나와 사과로 요기를 하였다. 멀리 보이는 것이 관악산 정상 연주암 부근. 충분한 물만 준비했더라도 연주암 정상까지 내달려 볼까도 했지만, 오늘은 정말 물을 조금 가져왔다. 그리고, 간만에 온 산행이라 무리할 필요는 없지...^^;




거북바위 위에서 삼막사와 삼성산 쪽으로 지나가는 등산객들을 바라보며 한 컷.



거북바위에서 잠시 쉬고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는데, 제2삼거리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바라본 이정표. 왼쪽이 길은 삼성산 정상, 오른쪽 길은 삼막사 길, 호압사라고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은 호압사, 장군봉 방향.



이제 계단을 내려가는데 좀 가팔라 보이긴 하는데 실제로는 별로 안 가파르다.





계단에서 올려단 모습. 오른쪽에 보이는 바위가 거북바위다.



여기가 계단의 시작. 올라오는 사람들에게는 고통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ㅋㅋ




제2삼거리(상)을 지나고.



용천수 또는 해농약수 부근으로 추측되는 곳에서 갑자기 꽃을 보았는데, 이건 집 근처에서도 본 꽃. 근데 이 꽃은 이름이 뭔지 통 모르겠다.






이제 여기서 갑자기 동식물 관찰 모드로 변경한 나. 특히, 주변의 산새들을 이리저리 쫒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밑에 요놈은 직박구리인지 종달새인지 모르겠지만 올 1월에 거북바위에서 본 적이 있는 비둘기와 참새의 중간쯤 크기의 새다. 숨죽이고 서서 기다렸다가 순간을 포착했다. ^__^
그 당시 이 새를 보려면 http://naturis.tistory.com/268 로...





그러고보니 하이든의 현악4중 '종달새'가 생각난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곡이다.
아래에 올려놓았으니 한번 들어보시라.






밑에 사진은 박새다. 도저히 접근 불가. 크기도 작기도 하거니와 잽싸기도 하다.



이쯤해서 동식물 탐구는 마쳐야 했으나 갑자기 나타난 다람쥐를 쫒아 비교적 낮은 산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밑에 사진 요놈이 그 놈이다.



얼마후 다람쥐는 못 찾고 그냥 좀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결국 길이 아닌 곳에 와서 바위 벼랑 틈에서 철쭉인지 진달래인지 모를 꽃을 보았다. 아마도 진달래?















주변 산은 아직 꽃 색깔이라곤 보이지도 않는다. 마른 나무 색깔과 오직 녹색의 소나무 빛깔뿐.





진달래 핀 그 바위 절벽을 내려왔더니 굴뚝새가 아닌가 추측만 해보는 놈이 계곡물에서 돌아다닌다. 이 놈을 찍으러 잠복과 추적을 불사했다. 추조(追鳥)가 따로없다.  








좀더 계곡물을 따라 내려갔더니 곧곧에 소금쟁이들이 물위를 지치며 놀고 있다. 이 놈들 싸우는 것인지 짝짓기를 하려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물에 비친 앙상한 나무. 이것만 보면 가을 분위기가 난다. 그러나, 지금은 봄~봄~ 사진이 그럴듯하게 잘 나왔다.




물밑 돌과 흙 색깔에 따라 사진의 맛도 다르게 나온다.



여러 꽃과 다람쥐, 각종 새들에서 곤충들까지. 정말 많은 시간을 자연과 함께 보낸듯 하다. ㅋㅋ 이런 시간이 얼마만인가 싶기도 하고, 나름 재밌는 시간을 보낸듯 하다. 혼자서도 잘 논다...-_-;

이번 산행은 거의 구름과 동식물을 찍으로 온 산행처럼 되어버렸다. 이 포스팅에서는 구름 사진은 많이 올리지 않았으나 따로 구름관련 포스팅을  준비하였다. 그것도 한번 가서 보시길...

산행중 찍은 구름 사진 : http://naturis.tistory.com/468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고 싶은 것은 매번 산행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등산 지팡이(피켈)의 필요성이 서울 근교처럼 낮은 산에서 꼭 필요할까하는 생각이다. 물론 드물게 피켈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흙산이나 눈산을 내려올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피켈을 사용하면 안전을 확보하기에 좋을 듯하긴 하다. 그러나, 일반적인 산행에서는 몸에 짐만 된다고 본다. 그렇지않아도 대부분의 등산객들을 보면 옷을 두껍게 입고 배낭에는 각종 음식들을 집어넣고 산에 오르는데 거기에 양손에 피켈까지 든다면 이건 몸에 쓸데없는 불편만 끼치는 것이 아닐까?

산에 오르는 것은 적당히 땀을 흘려가면서 몸을 단련하려고 오는 것이다. 물론 산의 경치를 보는게 목적이기도 하겠지만, 그것은 중간 중간 쉬면서 또는 걸어가면서 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몸에 불편한 것들은 최대한 줄이고 자신의 하체의 힘을 길러야지, 그리고 더불어 하체만으로 몸의 균형을 잡으며 운동신경을 단련해야지 피켈에 의지만 하려한다면 그게 몸이 운동을 하는 것인지 피켈이 몸을 끌고가는 것인지 당최 이해가 안간다.
거기다 피켈 뒤를 따라오다보면 얼마나 위험해 보이는지 언제 갑자기 피켈을 놓쳐서 내 눈앞으로 지나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제발 피켈은 전문산악인이나 일반인이 고산을 오를때나 사용하거나, 부득히 사용하려면 배낭에 부착시켜 두었다가 하산할 때 위험한 구간에서만 사용하면 안될까하는 생각이다.
옛날에는 이런 저런 장비 없이도 잘만 산에 올랐다. 요즘은 옷차림과 장비에만 신경쓰려고하지 정작 신체 단련은 뒷전인 듯 하다. 장비는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사면 된다.

그나저나 산에서 막걸리 마시고 지나가면서 술냄새 풍기는 아저씨들, 제발 산에 올라오지좀 마시라. 산에서 자연의 냄새를 맡으려 온거지 역겨운 술냄새를 맡으러 온 것은 아니다.

사설이 길었다. 날도 좋은데 가까운 산에 한번씩 올라보는 것이 어떨까. 서울에서는 관악산을 가장 추천한다.

p.s 나이가 들수록 같이 산에 오르려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 같다. 이번 산행에도 친구 DK를 꼬이려 노력했으나 실패. 앞으로는 산친구라도 하나 사귀어서 같이 산에 올라야될듯 싶다. 산 좋아하는 여인네면 더 좋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