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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넷플릭스 드라마 <빨간 머리 앤 (Anne With An E)>

Naturis 2021. 12. 2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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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본 넷플릭스 드라마  <빨간 머리 앤 (Anne With An E)>입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  <빨간 머리 앤 (Anne With An E)>입니다. 

개인적으로 원작 소설을 좋아해서 기대를 하고 본 작품이죠, 

드라마 본 소감을 가감없이 적어봅니다. 

1. 우선 드라마의 내용이 원작과 많이 다릅니다. 단순히 충실하지 않은 정도를 넘어 차이가 많이 납니다.

참고로 제 경우 애니메이션은 수십번을, 소설도 영문판 한글판으로 한번씩 봤습니다. 시즌1은 그나마 원작과 비슷한 편인데 시즌2 이후에는 원작에 없는 인물들이 점점 추가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어서 서술하죠. 

2. 부제를 앤과 주변인물들이라 할 정도로 원작을 많이 비틀었는데... 내용이 추가되었다기보다는 원작의 내용을 빼고 새로운 것을 추가했다고 보는게 맞을 듯 합니다.  앤에 대한 내용은 많이 삭제되어 앤에 대한 세밀한 묘사(인물 그 자체의 성장이나 감정선의 변화)가 떨어지는 점이 도드라지며, 새로운 인물들이나 상황이 너무 많아지다보니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깊이가 좀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한마디로 이야기의 깊이는 없어지고 전체적으로 산만합니다. 

3. 어떻게 이야기나 인물이 추가되어 산만함을 만들었는가?

시나리오를 작성할 당시의 시대적 상황인지 "정치적 옳바름"이란 관점이 많이 묻어있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여성인권이나 인종 또는 소수민족 차별 등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나치게 많은 양을 다루다보니 원작에의 충실함을 떠나서 스토리가 산으로 간다는 겁니다. 

빨간 머리앤의 배경이 19세기말 캐나다 동부의 섬(프린스 에드워드)인데 시대적으로 보면 이제 막 여성평등이나 여성의 투표권 등이 논의되는 시점입니다. 여성들은 대부분 집에서 가사일이나 농사일만 돕던 시대죠. 드라마에서 여권신장에 대한 것들이 이야기에 들어오는 건 그럴수 있다쳐도 19세기말 보수적인 "시골마을"에서 벌어지기에는 힘든 상황들이라 (시나리오 작가나 감독의 의도는 이해하겠다만) 현실성이 좀 떨어져 보인다는게 문제인거죠. 그런데 크고 길게 갈 이 갈등 상황들이 의외로 쉽게 해결되어 버린다는 점. 무슨 말만 잘하면 갈등의 상대방들이 쉽게 납득을 하는 상황이 제법 나옵니다. 

마찬가지로 유색인종(구체적으로 흑인과 인디언)에 대한 차별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건 원작에서는 언급조차도 되지 않았었죠. (오히려 원작에는 프랑스인을 무시하는 대사가 살짝 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원작과 벗어나 스토리로... 증기선에 올라 잡부를 하던 길버트가 사귄 가족같은 흑인 친구가 나오는데 하선한 뒤 심지어는 길버트의 집에 정착해 같이 살기까지 하는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그 흑인과 마을엔 큰 갈등같은 건 없죠. 단지 외지인을 멀리하는 수준이고 앤 주변의 인물들은 그 흑인과 쉽게 허물없이 지냅니다. 다른 소수민족으로 캐나다 인디언들이 등장하는데 흑인보다 더 차별의 대상입니다. MBC 서프라이즈에도 등장했던 인디언 아동 학대 (및 학살사건}이 이 드라마에서도 다뤄지는데 이게 생뚱맞은 이야기 소재이기도 하거니와 어느 순간 시즌3 마지막에서는 해당 이야기(인디언 차별문제)가 갑자기 다뤄지지 않는다거나 하는 등 스토리 전체를 해치게 됩니다. 

4. 희미해지고 얕아진 앤의 이야기

이 드라마에는 앤이 자라며 성장하는 느낌이 별로 없습니다. 앞에서 얘기했듯 새로이 창작된 인물들이 등장해서 이야기가 분산된 측면이 우선 크죠. 
아이들 얘기가 흘러흘러 페미니즘적 여성평등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된다던가 다양하고  산만해진 이야기 전개로 앤을 깊이 다룰 시간이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앤이 성장하는 모습은 보이질 않고 여전히 실수투성이에 불안한 사고를 하는 어릴적 모습이 반복적으로 들어납니다. 

주변의 핵심인물의 경우 원작에선 흑판으로 길버트의 머리를 내리친 사건으로 꽤 긴 시간동안 소원해지고 화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 드라마에선 바로 화해하고 사랑의 마음을 오해하며 일종의 밀당관계가 진행되죠.

좋게 말해 보다 새로운 관점에서의 해석은 신선할 수 있으나 그게 지나쳐 원작을 나쁘게 버려놨다고나 할까. (드라마엔 원작에 없는 길버트의 연인이 등장하며 결혼 직전까지 가기까지 합니다.)

5. 등장배우들... 

대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초반에 앤이나 매튜역의 배우에는 약간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시리즈를 보 보면 익숙해지니 별 문제는 아닙니다. 

6. 결론적으로 성장해가는 앤은 사라지고 주변이야기만 풍성해져서 전체적으로 산만해진 드라마라 할 수 있어요. 앤에 좀더 집중했더라면 좋았을 듯 싶어요. 차라리 여성평등이나 인종차별 등의 문제는 앤이 대학 입학후인 시즌 4 이후에서 다루는게 나은 전개라고 봅니다. 그런데... 시즌4는 제작을 못할 거라고 합니다.. (아마도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아니고 원래 캐나다 방송사에서 만든 걸 넷플릭스화 하다보니 뭔가 불협화음이 있나 봅니다)

어쨌든 개인적으로 추천은 못할 드라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