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 바다

새해 첫 산행 - 설산은 쉽지 않다

Naturis 2010. 1. 3.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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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산에 올랐다.
아침식사후 집에서 가까운 관악산으로 출발.
원래는 1월 1일 일출을 볼 작정이었으나 변변한 헤드렌턴 하나 없기에 그 꿈은 점고 그냥 오전중에 산에 오를 작정이었으나, 그것도 늦잠으로 인하여 포기.
어쩔수없이 1월 2일 거의 정오가 다될 무렵 오전에 눈이 내린 후임에도 불고하고 오히려 반가운 마음으로 산에 올랐다.
사실 오늘 꼭 오르고 싶었던 이유는 새로산 아이젠 - 아이젠 사용은 거의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 과 스패츠를 사용해 보기 위함이다.

항상 그렇지만 산입구에서 어느 코스로 올라갈까 갈등하다가 지난 주 토요일에 갔던 그 코스(서울대 입구 쪽 관악산공원파출소 만남의 광장 출발 -> 제3깔딱고개 -> 연주대 정상) 그대로 올라가기로 하였다. 그러나, 하산길은 서울대 신공학관으로 급변경.


몇일전 내린눈에 오늘 오전 내일 눈으로 등산로 전체가 눈으로 가득, 버스안에서 스패츠는 미리 착용해두었고, 호수공원 근처 벤치에서 준비해왔던 6침짜리 아이젠을 착용했다. 하산하던 아저씨 말로는 아이젠은 필요없을 거란다. 오래 신으면 허리가 아프고 피곤하다는 말이다. 물론 옳은 말이긴 하지만 아이젠을 꼭 착용해서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는 의무감(?)과 안전-정상부근 말바위 쪽에서는 아이젠 없이 가다간 비명횡사하기 쉽다-을 위해서 아이젠을 서둘러서 그러나 서투르게 버벅대다 겨우 착용하고 산에 올랐다.


*등산 관련 포스팅*


예상했던대로 불편하고 행동이 더뎠다. 마치 나막신을 신고 올라가는 기분이랄까. 사실 체인형 아이젠이 더 자연스러울것 같아 구입 품목리스트에 같이 올려두었으나 그래도 6포인트 아이젠이 더 안전해보여 구입했던 것이다.
지난 주와 같은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올라가는 길이 몹시 힘들었다. 어제 마신 술(산사춘이었나. 정말 술 못마신다) 때문에 조금 두통이 있었는데 그 때문인가, 아이젠의 불편함 때문인가, 새로 신은 스패츠가 통풍을 막아 보온효과를 톡톡히 한 것도 한 이유이리라. 외투는 항상 그렇든 벗어서 배낭에 넣어두었음에도 땀을 뻘뻘, 지난 주에만 해도 날라서 산에 올라갔던 느낌인데 오늘은 당최 산행길이 처지는 느낌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한테 뒤처지지는 않는다. ㅋㅋ

                                               <기상관측소에서 바라본 연주대 정상>


연주대 정상에 오니 날씨가 의외로 포근하였다. 주변이 모두 새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고, 안개구름이 쫘악 깔려있어 있어 좀 경이로운 느낌도 들고, 단지 카메라가 없어서 그냥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야 함이 아쉬울 따름이다.

가지고 왔던 보온병에서 물을 꺼내 마시고 하산하는 길, 원래는 왔던 코스로 되돌아 가려 했으나 같은 길 다시 가기 싫었다. 그때 누군가 서울대 신공학관쪽 비탈길로 접어 들어 순간 그 쪽으로 나도 따라갔다. 사람의 심리가 묘해서 남이 가면 좀 안전해 보인다. ㅋㅋ

<연주대에서 서울대 신공관 가는길 쪽 어딘가. 이렇게 눈이 많이 내렸지만 아이젠을 신으니 뽀드득 소리를 느끼는 재미는 없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자운암 쪽 국기봉>
                                        

서울대 신공학관 쪽은 사람이 드물어서 눈의 발자국 상태가 제3깔딱고개 쪽과는 확연히 다르다. 민들민들한 제3깔딱고개 쪽과는 달리 서울대 신공학관 쪽은 눈길이 아직은 때 묻지 않고 새하얗다. 등산로도 정비되지 않은 가파름이라 상대적으로 험하고 바위길이라 아이젠이 제대로 지지를 해줄지 걱정이었다. 더구나 이 쪽은 기분나쁜 코스. 두달 전쯤 이 코스에 있던 국기봉에 거의 다 올라가서 두려움에 반대편으로 못가고 그냥 내려왔던 터였다.
관악산에 그런 일이 처음있던 터라 자존심 푹푹 상하게 만들던 놈이 있는 코스다. 8봉에서도 안 그랬는데 ^^; 

                                                <자운암. 아주 작은 암자다. 오른쪽 계단이 신공관 가는 길>
                                                            

                                                                <자운암으로 올라가는 서울대 신공관 입구>


그런데 오늘 기분나쁜 일을 당했으니 엉덩방아를 찧었던 것이다. 눈덮인 흙길을 뒤로 내려가다가 아차 싶었는데 손으로 잡을게 없다. 산행중 엉덩방아는 처음이라 몹시 기분 나빴다 ㅋㅋ. 다행히 흙길위에 엉덩방아라 그리 아프지도 않았다. 어쨌든 오늘은 국기봉 오르고 자시고 쳐다볼 형편도 아니고 조심 조심 서울대 신공관쪽으로 이동. 겨울이라 그런지 동물 관찰하기는 아주 좋다. 자운암 근처에서 본 딱딱딱 나무를 쪼던 새(딱따구리?)는 사진으로 찍지 못해서 정말 아쉬운 장면이다. 그렇게 제대로 동물을 관찰하기 좋았던 적도 없었다. 그 놈은 도망도 안 가고. ㅋㅋ

자운암을 지나 무사히 신공관옆 버스정류장에 오니 거의 오후 4시가 다 되었다.

<버스안에서 내다 본 서울대 행정관 앞 버스정류장. 집으로 가는 버스는 행정관 쪽에 있기에 신공학관에서 이 곳까지는 마을버스와 도보로 이동.>

힘들었지만 겨울 산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던 하루. 며칠 후 또 눈이 온다는데 다음주에도 눈길위 산행을 계속해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