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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 1939)

Naturis 2020. 3. 4.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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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작 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 입니다. 

제92회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르네 젤위거의 최신작 주디(Judy)가 곧 개봉하는데 오즈의 마법사의 여주인공 주디 갤런드에 관한 영화죠. 아쉽게도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흥행에 지장이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주디를 보기전에 오즈의 마법사를 제대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 봤습니다. 영화를 TV에서 소개되는 것만 쪼금씩 알고 있어서.. 

오즈의 마법사는 어릴때 책을 선물받고 정말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원작 내용에 충실하지만 일부 누락된 부분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면, 에메랄드 도시에 가는 도중 만나는 곰과 호랑이인가를 섞어놓은 괴물은 전혀 등장 안하죠. )

 

그럼 영화 본 소감을 번호를 매겨 생각나는데로 적어보겠습니다.. 

1. 주인공 도로시(주디 갤런드)는 연기 아주 좋은데 나이에 안맞은 배역인 느낌은 듭니다. 원작보다 좀 나이 들어 보여서 그런지 하는 행동이 좀 철없어 보이거든요. 영화 초반 행동을 보면 '다 큰 애가 왜 저래' 싶은.. ㅋ  아마 일본 애니메이션의 도로시가 원작과는 더 비슷한 나이일거예요.. 

 

 

2. 많은 노래가 나오는데 인상깊은 재밌는 노래가 있습니다. (제일 유명한 건 "Somewhere over the rainbow" 입니다만... )

저에게는 바로 "Ding Dong The Witch Is Dead" 입니다. 동쪽 마녀가 죽었을 때 주민들(먼치킨)이 부르는 노래죠.. 노래 자체도 재밌지만 이 노래가 후대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제일 유명한게 영국 수상 마가렛 대처의 죽고 이 노래가 다시 히트쳤다는게 웃기는 겁니다. 그 노래가 UK차트에서 2위, 스코틀랜드에서 1위인가 오른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처가 죽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축하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요기, 요기)   

1980년대의 대처를 기억하는 한국인들은 보통 철의 여인으로만 기억하지만 영국인들에 심하게 미움받는다는건 잘 모르죠..  대처 시대를 아는 영국인들에겐 (특히 노동자계급) 에겐 대처가 마녀와 같이 미웠던 겁니다. 당시에 산업조정으로 민영화와 해고로 수많은 영국 노동자들이 직업을 잃었습니다 (특히 탄광노동자들의 해고가 심했음. 위에 링크한 동영상에 탄광조합원 플랭카드도 보임) 그래서 영국 영화중에 그 시대를 다룬 영화가 많이 있죠. 대표적으로 빌리 엘리어트도 비슷한 배경일 겁니다. 영국영화 좀 보신 분들은 잘 이해하실듯... 

아무튼  "Ding Dong The Witch Is Dead" 장면에서 대처 죽었을 때 이 노래 불렀다고 생각하니 먼치킨들의 축하행진을 보면서 얼마나 웃기던지..  물론 누군가의 죽음에 이러면 않되긴 한데 얼마나 미움 받았으면 이랬을까싶어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

 

이 노래가 여러 애니와 영화 등에서 쓰였는데 대표적으로 영화 총알탄 사나이(the naked gun)에서의 장면(요기)입니다. 영화 카사블랑카를 패러디 한 장면이 나오는데 피아니스트 샘이 (주인공이 자주 부탁했던) 노래가 이 노래였거든요.. 주인공이 자신을 떠난 옛연인과 카페에 앉아있는 장면에서 주인공이 자주 청했던 노래를 옛연인이 피아니스트 샘에게 청하자 샘이 그 노래를 부릅니다. 그러자 주인공이 다른 노래를 부르게하는 그런 코미디 상황.. 

영화 카사블랑카에서도 아마 피아니스트 이름이 샘이었을 겁니다. 어쨌든 예전에 총알탄 사나이를 봤을 땐 그 노래가 오즈의 마법사에 나온 것인줄 몰랐어요.. 

이 외에도 애니 심슨가족에서 살짝 나오기도 합니다. (요기

 

3. 오즈의 마법사 초반에 에메랄드 도시로 떠날 때 Follow the yellow brick road" 란 노래가 나오는데.. 

이 노래가 뭔가 익숙하다싶어 확인해 보니 엘튼 존의 그 노래 "Goodbye Yellow Brick Road" 이 오즈의 마법사에서 따온 것이더군요... 영화에서는 도로시가 서쪽 마녀를 의도치않게 깔려 죽이고 오즈마법사가 있는 에메랄드 도시로 갈 때 먼치킨들이 노래를 부릅니다.  "Follow the yellow brick road" 라고..  

 

엘튼존의  "Goodbye Yellow Brick Road" 앨범 표지..  엘튼 존의 구두가 도로시의 빨간 구두와 똑같음.. 차이가 있다면 도로시의 구두 앞굽은 저렇게 "가보시 힐" 스타일처럼 높고 두껍지는 않음.. 

 

3. 지금 봐도 저 장면 어떻게 찍었지 싶은 신기한 장면들이 좀 있습니다. 분장과 특수효과도 1939년작 치고는 정말 좋고요.. 토네이도 장면이라던가 남쪽마법사 등퇴장 장면이라던가..  양철 나무꾼(tin man)의 분장이라던가..  까마귀가 허수아비의 지푸라기를 빼갈때는 저걸 어떻게 찍었나 놀랬죠. 허수아비도 사람인데 ㅋ 꽤나 세심하게 촬영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아카데미 특수효과 상을 받았음.. 작품상 등은 물론이고)

1937년작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나다고 할 수밖에요..   후대에 나온 어설픈 특수효과보다 100배 낫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좋습니다. 돈들여 잘 만든 클래식은 이래서 좋은 건가 싶은.. 

 

결론.. 영화는 감탄하며 재밌게 봤습니다만 사실 맘 편하게만 볼수 없었습니다. 주디 갤런드가 영화 찍으며 학대와 왕따 등으로 고생했다는건 잘 알려진 (MBC에서 서프라이즈에서도 소개될 정도로) 사실이죠. 당시 아동배우의 노동착취가 심해서 심지어 주디의 경우 필로폰을 먹으며 촬영을 했다는.. (당신엔 필로폰, 즉 메타암페타민이 마약 취급 아니었음.. ) 

못 보신 분들 꼭 보길 권합니다. 오래된 영화지만 얼마나 잘 만든 영화인지 알 수 있고 왜 이 영화가 당시 아카데미상을 휩쓸었으며 후대 미디어에 지대하게 영향을 미치는지 아실 겁니다. 

영화 주디(Judy)도 곧 나오는데 기다려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