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야기/끄적끄적

3년은 돌고 돌아~

Naturis 2009. 12. 1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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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써오던 KT QOOK을 해지하고 SK브로드밴드로 3년 약정 조건으로 초고속인터넷의 말을 갈아탔다.
내가 충성스런 고객도 아니고 전혀 그럴 필요도 없기 때문에 아무런 거리낌도 없었다. 단지 여기저기 새로 서비스를 알아보고 신청하는 게 좀 귀찮게 느껴졌을 뿐이다.어찌어찌하여 얼마간의 보너스를 연결업체로부터 받고 SK를 개통하게 되었다.
좀 늙은 아파트라서 인터넷이 옛날에 살던 일반 주택보다 조금 느린 편이었지만 어차피 무선랜을 쓰기 때문에 속도차이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제일 신경 쓰인 부분은 역시나 기존에 쓰던 KT의 해지.
106번에서 해지를 했더니 할인혜택을 준다느니 어쩌네 하며 회유를 한다. 사실 KT에서 3년 약정이 끝나고 미리 전화만 주었어도 SK로 말을 갈아타지 않으려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회유를 하려고 드니 더 화가 난다. 3년 약정이 다 지난 지 모르고 있는 고객은 그냥 비싼 가격으로 쓰라는 말이냐. 정말 모르는 게 죄인가 보다.

 

 몇 시간 후에는 동네 전화국 팀에서 전화가 왔다. 해지하려면 본인이 직접 와서 해야 된다나. 좀 싸게 하려고 장애인이신 어머니의 명의로 가입해서 얼마간의 혜택을 누리고 있던 터였다. 그럼, 몸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고 가란 말인가. 가입할 때는 분명 동네 전화국이라는 곳에서 전화가 와서 가입했었고 해지할 때는 직접 와서 하라니 말이 되냐. 요즘 스트레스 싸인 일도 있고 해서 순간 울화가 치밀었지만 그렇다고 욕을 할 순 없고, 사람들한테 대놓고 욕을 하지도 못하는 성격이라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근차근 따졌더니 규정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단다. 그럼 가입할 때 신분증 제출 등 아무런 신분확인 없이 가입시킨 건 어쩌고? 이래저래 실랑이 끝에 겨우 "비교적 쉽게" 서비스 해지를 할 수 있었다.



내가 "비교적 쉽게" 를 강조한 이유는 삼 년 전 LG파워콤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해지할 때는 더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 때 생각이 나서 다른 두 회사보다 LG가 상대적으로 가장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가입시 LG는 아예 고려해 넣지도 않았던 터였다. 게다가 LG에 대한 다른 좋지 않은 경험도 있기도 하고. 그렇다고 느려터지다고 소문난 동네 케이블티비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싫었다. 
오 년 전 가입 해지했던 SK브로드밴드(당시에는 SK 소속사가 아니었다) 하나포스는 아주 쉽게 가입 해지했던 좋은(?) 경험이 있긴 하다. 지금은 SK의 가입해지가 별탈없이 할 수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고 3년후 가입해지 할 때를 지켜보면 알 듯 싶다.

이 넘의 KT, LG, SK 세 회사가 무선통신서비스에서도 시장의 지배자들이기 때문에 그 횡포가 여간 얄미운 게 아닌데 초고속인터넷에서도 그 못된 짓거리를 이어가는 듯하다.
더 얄미운 건 이 넘들은 뒤에 물러서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나 대행업체를 통해 가장 힘든 고객상담업무를 처리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가입 해지한 KT서비스도 말은 전화국이라고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했거나 전화국 빌딩에 대행업체를 상주시켜 대신 일을 처리하게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쨌든 전화국에서 전화했다는 담당자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KT전화국과 같은 빌딩이니까.
내 경험으로 알기에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의 대부분의 절차(고객유치, 고객상담, 사후AS 등)를 대행업체들이 하고 있다. 어쩌면 본사직원과는 절대 통화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피라밋 정상의 고귀한 분들이다.

글이 길어졌다.
생각컨대 우리나라 대기업체에는 안티하기도 힘들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안티를 하면 대체물이 없다. 그냥 맘속으로 무지 욕만하면서도 그냥 꾹 참고 쓴다. 이 업체가 싫어서 다른 업체를 쓰면 그 넘 때문에 더 화나고. 그냥 그냥 참아야 하느니...
그러고 보면 한국인의 참을성은 거대 안티기업들이 키워주고 있는듯하다. 정말 정말 고마운 우리 대기업들.

p.s 안티에 대한 글을 읽어보려면 요기를 클릭~ ☞ 안티는 어떻게 생겨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