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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고라(Agora, 2009) - 진리는 굴복하지 않는다...

Naturis 2010. 7. 1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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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 진리탐구를 위해 종교와 타협하지 않는 여성 과학자이자 철학자 히파티아(Hypatia)...
고대의 이 특별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영화 아고라는 다루고 있다.
관점에 따라서는 종교에 관한 영화 또는 여성에 관한 페미니즘 영화, 학문(과학, 철학)에 관한, 역사에 관한 영화 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때는 AD 4~5세기... 로마제국령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alexandria)에서는 신흥 종교 기독교가 기존의 로마의 신들을 밀어내며 세력을 떨치고 있던 때이다..
당시는 이미 로마제국 황제도 기독교도인 시대라 상대적으로 로마의 신들을 믿던 세력이 불리한 시대다...

그리스계 철학자이자 과학자(천문학, 수학, 원추곡선 연구에 능했다)로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플라톤철학(신플라톤주의)을 가르치던 히파티아... 그녀는 태양계의 운행에 대해, 아리스타르코스의 지동설에 심취해 있었다...
아리스타르코스는 기원전 그리스의 천문학자로서 최초로 지동설을 주장했다고 전해지며, 코페르니쿠스 시대 이전에 유일하게 지동설을 지지했던 인물이다.

아리스타르코스... 개인적으로도 이 인물에 대한 추억이 있었으니....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 개학후 탐구생활(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다...)과 관련한 필기시험에서 지동설을 최초로 주장한 인물이 누구냐는 문제가 나온적이 있었다... 탐구생활에는 코페르니쿠스가 최초로 주장했다고 나왔었으나... 독서광이었던 나는 아리스타르코스가 최초로 지동설을 주장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 답안지에 정답은 뭘로 적어야 할까...
어린 나이에 고민했다... 분명 답은 코페르니쿠스 일 것 같은데... 그러나, 과학서적에는 분명 아리스타르코스로 나와있고... 선생님도 아리스타르코스를 아시려나... 이 한 문제로 고민을 하다가 결국 아리스타르코스로 답을 적어냈다... 물론 오답처리됬다...ㅋㅋ
어쨌든 반에서 공동 1등을 했었는데.... 가끔도 지동설에 관한 얘기만 나오면 그 일이 생각나곤 한다.. ㅋㅎ 결국 내 자랑만 한 샘인가.. ^^;


각설하고.... 알렉산드리아에서 기독교도와 로마다신교들간의 폭동이 일어나 히파티아가 있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도 종교의 광풍이 몰아쳐서 그녀의 제자들도 종교적으로 나뉘어 폭동에 가담하고, 압도적 우세의 기독교도들에의해 이교도들의 상징이자 신에 대한 불복종의 상징과 같았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파괴되고 만다...(사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로마제국이 이집트 왕정을 침략하던 시기, 즉 카이사르의 시절의 치명적인 파괴에서부터 로마내란 등을 겪으며 조금씩 파괴되어왔으며 기독교도의 파괴와 마지막으로 이슬람교의 파괴로 막을 내린 곳이다.. 그리고, 2002년에 새로 건조되었다...)
아마튼, 이 사건 이후 자신의 자택에서 천체에 대한 연구, 즉 지구가 태양을 돈다면 왜 원형의 규칙적인 운동을 보이지 않는가하는 문제와 고민하게 된다...
그사이 알렉산드리아에서는 또다시 종교의 광풍이 몰아쳐 기독교도가 유대교도들을 몰아내는 사건이 생기고...
대부분의 로마 다신교도들은 기독교로 개종을 한다... 대신 그녀는 단지 학문에만 심취한다....

중간 이야기는 생략하고 결말은...
알렉산드리아 지역 주교인 Cyril(또는 Cirilo Se)와 그녀의 제자인 로마의 지방 장관 Orestes 는 정치적 패권다툼으로 분쟁하게 되는데... 
어느날 지구가 타원형으로 태양 주변을 돈다고 추론해낸 그녀...다음날 그녀는 Orestes를 부추겨 주교와 대립하게 했다고 믿은 Cyril의 추종자들에 의해 살해당한다... 대신 Cyril은 성인으로 추앙을 받는다...

원작 소설이 있는 이 영화는 비교적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편이다...
역사적으로 그녀가 기독교도인지 이교도인지 알 수 있는 기록은 없지만 기독교 폭도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보아 이교도일 가능성이 많다...
역사적으로도 주교와 장관 사이의 정치적 긴장 관계의 원인으로 믿어져서(즉, 그녀가 장관이 주교에게 굴복하는 것을 막았다고 기독교들이 믿어서) 기독교도들의 원한을 샀고, 결국에는 Cyril측과 관련된 기독교도 폭도에 의해 살해당한다...
몇 세기 후의 이슬람교의 세상이 되는 것을 생각하면 허망한 느낌도 들긴한다...

실제로 그녀가 죽을때는 발가벗겨진 채로 교회로 끌려와 살해당한 후 불태워졌다고 알려져 있는데... 도자기 파편으로 껍질이 벗겨지거나 산채로 화형, 사지 절단 등의 기록도 있다...

영화에서는 종교, 특히 기독교의 독선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으로 그리는 듯하다...
절대적인 유일신의 종교, 기독교의 세계관에서는 어떠한 반대되는 견해도 주장될 수 없기에 자유로운 아고라의 (게다가 여성학자의) 학문 활동을 크게 제약하였음은 물론이다...

여성의 관점에서 볼때 영화속 기독교는 여성에 대해서도 보수적이어서 마녀라는 이름으로 히파티아를 처형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영화에서 그녀는 기독교는 예수밑에 어떤 여자 제자도 거두지 못할 정도로 편협하다고 부르지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왜 예수에게는 여제자가 없는 것일까.....? (일부에서는 막달라 마리아를 예수의 제자, 더 나아가 예수의 아내로 보기도 한다)
반면에 로마의 다신교에서 여자 철학자(고대 대부분의 철학자처럼 그녀도 과학자이다..)로서 활동하며 제자들까지 둘 수 있는 그녀의 활동은 상당히 대비되는 면이 있다...

영화 제목에서도 대비가 되는데 제목 아고라(agora)로 상징되는 자유로운 소통......   반면에 기독교의 독선으로 가득찬 꽉 맏힌 예배당....

물론 이런 점을 부각하려고 이 영화를 만들었으리라..

실제로 그녀의 저술이 전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그녀가 정말 지동설을 연구했는지 어떤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시대의 모든 철학자들을 능가할 정도의 실력을 가졌다고 역사에 기록된 것을 보면 대단히 뛰어난 여성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누군가는 그녀를 고전 유물의 종말이라고 하기도 했다...

한편, 그녀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도 여러 미술작품이나 문학작품에서도 다뤄지고 있을 정도로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소재거리였나 보다..
근대이후에는 영화로도 여러번 다뤄진 적이 있다...

아래 작품은 라파엘(Raphael (1483-1520))의 "The School of Athens" 라는 작품이다...
그 아래 이 작품을 확대해보면 라파엘이 히파티아 라고 상상하고 그렸던 여인이 보인다...






평생 독신으로 살며 학문과 결혼했다고 주장하는 히파티아... 재미있는 것은 그녀가 구혼자에게 자신의 생리혈을 보여주며 독신자의 고백을 뿌리쳤다고 한다.. 또한, 남자들만의 집회에  나갈 때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고 전해지는 데.... 보기드문 여걸이었던가보다...


영화에서 히파티아를 연기한 배우는 레이첼 웨이즈(Rachel Weisz)... 영화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의 매력도 실컷 볼 수 있다...물론 그 미모 자체로도 아름답다...

결론... 오랫만에 영화다운 영화를 본 느낌이다.... 잔잔하면서도 할말은 다하는 그런 영화.....
적극 추천한다.... 특히, 학문을 전문으로하는 사람들이나, 청소년기 소녀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