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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이 눈(high noon)' (1952) 과 방관하는 자들.

Naturis 2010. 5. 2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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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영화 중에서 인상깊게 뇌리에 남아있는 영화가 한 둘은 있을 것이다.

나에겐 흑백영화인 '하이 눈(High Noon)'이 그러 했는데, 아마 초등학교 때 처음 보았을 듯 싶다. 그 당시 남들 다 가지고 있던 컬러 텔레비젼이 아닌 흑백 텔레비젼으로 보았었는데 이 영화 '하이 눈'은 컬러를 흑백으로 봐야 하는 부담감이 없던 영화이다. 물론 당시에는 이 영화가 흑백인지 컬러인지 알 수는 없었다. ^^

이 영화가 나에게 깊이 인상을 지어주었던 것은 어린 나에게도 영화 속 주민들이 나몰라라하고 방관하는 모습이 꽤나 인상 깊었었나 보다. 게다가 서부 영화의 그 막강 총질을 자랑하는 주인공과는 다른 불안해 보이는 '게리 쿠퍼'의 인상도 분명 나에게 색다르게 다가왔었던 듯 싶다.

'하이 눈'은 1952년도 아카데미에서 4개부문을 수상(남우주연, 주제가, 음악, 편집)한 작품인데, 서부 영화가 이 만큼의 수상을 한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수작인 지 알 수 있다.

이 영화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굉장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


도입부[링크]... 초원에서 동료를 기다리른 악당(무법자 시리즈의 그 멋진(?) 악당 리반 클리프(Lee Van Cleef)가 이 영화에서는 젊은 악당으로 나온다. 그 만큼 오래된 영화니까..), 한 명 한 명 모두 셋이 모이고...
이들은 살인 판결후 어떤 이유에서인지 감형되어 12시 정오에 돌아오는 두목 '밀러'를 기다리기위해 마을 기차역으로 향한다. 밀러가 탄 열차가 도착하는 시간은 12시 정오 (high noon)...

악당들이 마을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두려워 하는 마을 사람들.
그시각 (10시 30분경) 결혼식을 마친 보안관 케인(게리 쿠퍼)에게도 악당이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는데, 그날이 마지막 보안관 임무이고 다음날 새로운 보안관이 오는지라 사람들은 케인에게 서둘러 마을을 떠나라고 하고, 케인은 부인 에이미(그레이스 켈리)와 함께 서둘러 마차를 타고 떠나는 도중 도망치고 싶지 않다며 말리는 에이미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에이미와 함께 마을로 돌아온다.

                                                    (악당들이 오는 것을 모르고 결혼식을 올리는 케인과 에이미)

마을로 돌아온 후 에이미는 과부가 되기 싫다고 12시 열차를 타고 떠난다고 선언하고, 케인은 자신을 도울 대원들을 모집하러 다니는데...

케인에게 보안관 자리를 자신에게 달라며 회유하는 대원...
이 젊은 대원에게 술집 남자가 하는 말이 재밌다..
"케인은 맘에 안들지만 배짱은 있어!
하브(대원 이름), 자넨 배짱은 없지만 영리해!"

케인의 관을 짜고 있는 사람, 케인이 10분이면 죽을 거라는 사람, 케인이 자신의 집으로 찾아오자 부재중인 척 하는 친구... 등 등 아무도 보안관 케인을 도우려 하지 않는다.

                              

교회에도 가보지만 평소 교회 안 가고 교회에서 결혼식도 안한지라(부인 에이미가 퀘이커 교도라 그러했다...)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목사...
교회에서 대원을 모집하려 하나 말만 많을 뿐 결국엔 북부에서 투자가 있을건데 총질과 살인이 있으면 투자가 없을 거라는 의견이고, 그러니, 케인이 떠나면 서로 좋은 거란다...
결국 모두들 케인을 따라나서질 않는다... 그냥 다들 침묵...-_-;

유일한 지원자도 유일한 지원자는 대원들이 안 모이는 것을 보고 그만두고..
결국 순수한 마음의 유일한 지원자는 애꾸눈 술주정뱅이, 14살 어린이도 지원...  물론 케인은 둘다 거절한다.

불안한 마음에 도망칠 까도 생각해 보지만 결국 홀로 싸울 준비를 하는 케인...

부인 에이미는 호텔에서 기다리던 중 케인의 전 여자친구 헬렌을 알게 되고 그녀에게서 자신이라면 떠나지 않고 케인과 싸울 거라고 말한다. 그러자, 그럼 네가 싸우지 그러냐는 말에, 헬렌 왈 "케인은 내 남편이 아니다. 네 남편이다."







12시.. 기차 기적소리가 울리며[링크] 기차를 타고 떠나기 위해 마차를 타고 기차역으로 가는 에이미와 헬렌.
마차를 타고 가는 중 보안관 사무소에서 유서를 쓰고 나와 홀로 길가에 서 있는 케인.. 그리고 그를 쳐다 보지 못하는 에이미와 마차가 케인을 지나칠 때까지 뒤돌아보며 쳐다보는 헬렌...

마침내 기차역에 도착하는 악당 두목 밀러. 도착하자 마자 이 넘은 총부터 찾는다..-_-; 그리고, 본격적으로 부하 셋과 함께 케인을 사냥하러 가러 납신다... -_-;

기차에 오른후 마음을 돌려 남편이 있는 마을로 돌아가는 에이미...


아무도 없는 황량한  거리에서 총질을 시작하는 케인과 악당 넷.

둘까지는 여유있게 제거하지만 팔에 부상을 당한 케인은 건물로 숨어 들어가고.

이 때 다른 건물에 들어가 있던 에이미는 자신의 앞에 있는 거리의 악당에게 등뒤에서 총질하여 사살한다. (사실 그녀의 아버지와 남자 형제도 총을 맞고 죽은 슬픈 기억이 있어서 총질을 혐오한다. 그래서, 퀘이커 교도가 된 것이다. 미국에서 퀘이커 교도는 일반 보수적인 교회와 다르게 일찍부터 인디언에 우호적이었고 노예제에 반대하기도 하였다. 그들이 정착하고 세운 도시 펜실바니아의 주도인 필라델피아가 '박애'의 도시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함석헌 옹도 퀘이커 교도였다고 한다)

마지막 남은 악당 두목 밀러는 에이미를 인질로 잡아 케인을 건물 밖으로 나오게 만들지만 에이미의 저항(?)으로 인해 케인에게 사살당하는 밀러...  



결국 악당들 모두 죽었다... 뜨겁게 포옹하는 케인과 에이미... 그녀는 여전히 결혼 반지를 끼고 있다. (그레이스 켈리 아줌마는 지금봐도 아름답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자 시체 주위로 몰려나오는 시민들... 쥐나 뱀 새끼 나오듯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_-;


 

마지막으로 마차(아마도 허니문 마차?)에 오르며 보안관 뱃지를 땅바닥에 버리는 케인. 그리고 그들은 허니문을 떠난다... ^^;


이상 이 영화의 스토리를 대략 적어보았는데 대략이 아니고 완전히 줄거리를 다 적은 것 같다... ㅋㅋ
영화가 대략 실제 시간과 일치하는데 총 120분 남짓 되어 지루함 없이 서스펜스를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이 영화에서는 앞에서 얘기했던 것 처럼 젊은 단역 악당으로 나오는 리반 클리프 아저씨도 볼 수 있는데 젊으나 늙으나 그 특유의 눈빛에서 나오는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아쉽게도 영화에서는 목소리도 들을 수 없는 단역... 어쩌면 한 마디 했을 수도...ㅋㅋ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흑백 영화와 옛날 영화배우들에게는 뭔가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가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들이 가장 많이 봤고 추천하는 영화이기도 하다는 것을 아시는가.
아마도 미국 대통령들이 정부 수장으로서의 지위에서 어떻게 자신의 임무를 충실해야 하는 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보았을 것 같긴 한데, 정확한 이유야 그들만이 알겠지. 베트남 전쟁때 전투에서 선두에 섰던 수많은 장교들이 죽어갔던 현상도 조금은 이해가 갈듯도 하다.. 그에 비해 국민들에겐 안심하라하고 쥐새끼처럼 몰래 도망친 선조와 이승만 같은 인간들도 있긴하다. 다리도 끊어놓으면서...

영화 중간에 서둘러 도망치는 판사(두목 밀러에게 사형을 언도했었던 그 판사이다)가 케인에게 하는 대사가 있다. 아마도 군중들의 심리를 잘 표현한 듯 하다..

"기원전 5년 아테네 시민들은 폭군을 몰아냈어.
몇년뒤 폭군은 군대를 끌고 왔지.
시민들은 성문을 열어줬고, 정부대표들이 처형되는 걸 구경만 했다네.
8년전 어느 작은 마을에서도 비슷했지."


이 영화가 내가 어릴적 청소년기에 세상일에 방관자의 위치에 서있는 것 같은 나 자신을 생각하며 고민하게 만들었던 그런 영화다. 지금이야 그런 고민은 덜 하지만 아직도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나는 불의를 구경만 하고 있는 방관자는 아닌지...



참고로 영화 주제가 "Do Not Forsake Me, Oh My Darlin'" 은 서부 영화 OST의 명곡이니 한 번 들어보길 바란다.

영화 도입부[링크]에 그 OST가 있다.

가사는 아래와 같다.

Do not forsake me, oh my darling
On this our wedding day
Do not forsake me, oh my darling
Wait, wait along

I do not know what fate awaits me
I only know I must be brave
And I must face a man who hates me
Or a liar coward
A grieving coward
Or a liar coward in my grave

Oh to be torn with love and beauty
Supposing I lose my fair haired beauty
Look at the big hand move along
Near in high noon
He may live out while in a state prison
Proud it will be my life for his
I'm not afraid of death at all
What will I do if you leave me

Do not forsake me, oh my darling
You made that promise as a bride
Do not forsake me, oh my darling
Although you're grieving
Don't think of leaving
Now that I need you by my 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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