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牯嶺街少年殺人事件 , A Brighter Summer Day , 1991)> 입니다.
러닝타임이 무려 4시간 가까이(237분) 되는 영화죠.
한때 잘나갔던 대만영화의 대표격중 하나인 영화로 그들중 보고 싶었던 영화가 얼마전 포스팅했던 <비정성시>와 이 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입니다.
영화 제목에서 보이듯 살인사건이 소재인데 실제사건을 다루고 있다고 하더군요. (실화인줄은 저도 영화 끝나고 알았어요)
영화 비정성시도 그랬듯 시대적 배경이 좀 비슷비슷합니다. (비정성시의 배경이 우리로 치면 이승만독재시대,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이 박정희독재시대... 공통점은 식민지에서 벗어나고 공산정권과의 전쟁후 혼란스런 상황이란 시대적 아픔과 같이하는 가족과 개인의 고통)
영화 제목엔 소년 살인사건이지만 형식적으로는 불량소년과 불량배들의 다툼인듯도 보이지만 부모와 다섯 남매 한 집안의 이야기이고도 합니다. 특히 아버지와 중2소년 샤오쓰. 바다건너 대만으로 오기전 중국에서 엘리트 지식인으로 살다 도해후에는 공무원이 된 아버지는 중국에서 건너왔다는 출신배경으로 사상검증으로 시달리고, 중2소년 샤오쓰는 불량배 무리와 어울리고 방황하는 10대 소년으로 보스의 여자 밍을 좋아하고.. 가족의 문제인듯, 조폭의 싸움의 문제인듯, 중2소년의 사랑싸움인듯... 그걸 아우르는 불안과 공포와 혼돈이 판치는 시대의 아픔을 다루고 있다고 봐야할 영화..
학교폭력의 관점에서만 보면 영화 초반에는 한국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는 듯도 했습니다만 영화를 보다보면 이건 학교폭력의 얘기가 중심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영화에서 몇가지 관심가는 포인트가 있었는데 우선 대만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일제의 잔재들.. 소년 샤오쓰의 친구 샤오마는 군 사령관 아들로 그의 집에는 일본도(카타나)를 갖고 있다거나 영화촬영소에서 발견한 일본단도 등이 있는데 결국 이게 비극적 살인사건에 쓰이죠.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려던 물건인데 그걸로 그 사랑을 죽이는 물건..
영화속 당시(50년대말) 대만 학교의 모습은 우리보다는 물질적으로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물론 부정한 교사들의 모습은 보이지만 우리처럼 무지막지한 폭력을 쓰는 교사들의 모습은 안보이더군요. (동시대의 한국의 교사중엔 인간백정들이 많았음. 촌지와 폭력과 모멸과 화풀이란 단어정도로 정리될 듯. 그 시대 한국영화속 학교에 그런 것들이 빠지면 거짓이라고 할 정도로.. )
불안과 혼돈을 표현하기 위해 빛과 어둠이 잘 쓰이는데 시대에 상황에 맞게 정전이 자주 된다거나 전등이나 손전등을 이용한 장면들이 아주 많이 쓰입니다(혼돈 자체이면서 진실을 못 보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려 한 듯하기도 합니다. ) 주인공 샤오쓰는 다른 사람의 세계를 자신이 보는 세계속으로 남의 세계를 끌어들이려 하는데 마치 자신이 보는 손전등 불빛이 좁고 이기적인 자신의 세계를 말해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결국 파국으로 샤오쓰를 이끌죠. 진실을 마주하기 힘든 세상에서 손전등이 비쳐주는 진실은 진실도 아니고 파괴적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나 싶기도 하고.. 순전히 제 생각..
주인공 중2소년 샤오쓰는 요즘 중화권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장첸 배우가 맡았는데 그 나이대 소년의 혼란스런 감성을 잘 표현했습니다. 나머지 배우들은 딱히 알만한 배우들은 없어요.
영화 초반에 살짝 지루할 수 있으나 보다보면 괜찮습니다. 물론 4시간 짜리라 중간에 쉬면서 봐야 할 거예요.. 운좋으면 가끔 극장에서 재상영을 하기도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명작에게는 이런 기회도 있네요.
ps.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알고 있던 거라곤 주제곡 "why" 정도인데 들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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