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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What does it mean to be HUMAN?) - 인간기원과 진화

Naturis 2014. 1. 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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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눈이 호강하며 읽은 책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What does it mean to be HUMAN?) - 인간기원과 진화>입니다.

눈이 호강했다는 것은 그만큼 큼지막한 사이즈의 지면에 사진이 가득 들어가 있다는 것입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만든 책이니 그럴법도 하죠.

옮긴이 <배기동>교수가 어딘선가 들어본 이름이다 싶었는데 이 분은 전곡리 유적 발굴에 관여해 온 분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인간의 진화과정을 여러 고고학적 증거와 함께 설명하는 일종의 인류 진화에 관한 설명서라고 볼 수 있는데 고인류와 생활속의 도구 등 화석 증거를 통한 설명을 하면서 최근의 유전학적 증거를 보완하는 방식입니다. 나아가 인류가 과거에 진화해온 과정을 통해 진화학적 관점에서 인류의 미래를 추론해 보기도 합니다.

인류가 다른 동물들과 어떻게 다르고 영장류와는 어떤 다른 길을 걸어왔는지 수많은 사진 자료들을 통해 비교 설명하고 있다는 점은 이 책의 특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진화론이라면 과거 영장류와 비슷한 인류 화석들만 연구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생활사와 기후 그리고 유전학 등의 지식을 총동원한다고 보면 됩니다. 책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미소를 띄며 바라본 점은 진화론을 연구하는 인류학자와 또다른 방식으로 인류 진화를 추적하는 유전학자 사이에 묘한 경쟁관계입니다. 아무래도 인류학자의 입장에서는 최근 유전학자들이 인류 진화에 대한 증거를 속속 발표하는 것에 일종의 불안감과 질투같은 걸 느끼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혹시 몇 주전 제가 포스팅하기도 했던 유전학 관련 책 <알면 알수록 신비한 인간 유전 100가지>에서 인류 진화에 대한 유전학적 설명을 적게남아 읽어본 터라 실험실에서 딱 떨어지는 듯한 연구결과를 내놓은 유전학자와 야외에서 수일수개월 화석 증거를 찾아내고 주변환경이나 지층 또는 연대측정법 등을 통해 다소 느슨한 추론을 이끌어내는 인류학자들 사이에서 묘한 학문적 경쟁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인류학자가 찾아내고 추론한 인류진화의 과정이 유전학적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되는 경우가 많으며, 아무리 유전학적 결과를 내놓는다고해도 인류학자가 찾아낸 과거의 증거들이 없다면 한쪽 학문이 되기 싶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이 두 학문은 서로 보완하는 상보의 관계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마치 이론물리학과 실험물리학의 관계처럼요..

이 책의 단점을 굳이 뽑자면 인류학자(와 그 따님)이 참여한 번역이어서 여타 번역서적에 비해 오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번역투의 문구가 보인다는 점,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사진 자료가 목말랐다는 정도입니다. 또 한가지라면 한국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는 실망감?

 

책속에서 몇가지 흥미로운 대목을 뽑아 정리해 본다면,

- 인간은 침팬지로부터 진화하였나?

: 이건 진화론이 발표된 이래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편견 중에 하나로 볼 수 있는데 인간과 침팬지가 모두 영장류의 한 종류이지만 둘은 공통 영장류에서 갈라져 나온것이지 침팬지에서 인류로 진화해 오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먼 옛날 공통조상에서 갈라져와 다른 길을 걸어온 먼 친척 쯤 될지언정 조상도 형제정도의 가까운 관계도 아니라는 얘기죠.. 물론 공통 조상으로부터의 특징을 둘다 물려받은 바가 있긴 합니다만..

그런 점에서 흔히 "잃어버린 고리"라고 말하는 인류와 침팬지 사이의 끊겨진 중간 단계라는 개념은 유용한 개념이 아닙니다. 각각 독립적으로 진화한 인류와 침팬지의 중간단계적 존재가 있을리 만무하죠..

- 인류의 진화는 혁명적으로 진행되어왔나?

: 결론적으로 말하면 혁명은 아닙니다. (도구의 발전으로 대표되는) 인류의 진화가 최근 수만년에 혁명적으로 발전되어 온 것이 아니고 수십년간 느릿느릿 변화해 왔다는 것입니다. 이미 수십만년 전부터 인간 의식의 변화가 시작되어 오랜동안 혁명적 변화없이 지식의 누적과 단절, 교류를 통해 발전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 인류, 위기의 생물종

: 최근의 유전학적 연구를 통해 한때 인류는 지구상 총인구가 수백 또는 수천정도일 정도로까지 줄어든 적이 있으며 오늘날 70억 인구의 유전학적 다양성이 그보다 훨씬 적은 개체수의 침팬지보다 유전학적 다양성이 적은 결과를 보여줍니다.

흔히 호빗으로 불리우는 인도네이사의 "호모 플로렌시스" 종이나 유럽의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종은 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라진 고인류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앞으로 인류의 생존도 장담할 수만은 없다고 볼 수 있긴 합니다.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한 생각>

글을 마치며 평소 가지고 있던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한 제 생각을 짧게 적어 봅니다.

창조론의 제일 큰 문제는 학문적 결과를 무시하고 상상력과 신앙심에 기대어 자신만의 신 또는 신에 비견할 존재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최근에 진화론적 증거가 충분히 발견, 누적되어 왔음에도 이를 뒷바침할 만한 유전학적 연구결과가 있어서 논리적으로 납득할 만한 과학적 지식이 있음에도 이를 제쳐두고 한방향만 본다는 점.. 그리고 이 책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생명 전체 종으로 보았을 때 최근에 진화론을 입증할 만한 화석들, 예를 들면 수많은 시조새 종류의 화석 발견들이 진화론에서의 부족했던 설명을 메우고도 남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창조론자들은 새로운 지식에는 관심이 없거나 백안시 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또하나 재미있는 창조론자이 하나 있는데 과학적인 듯 설명하지만 실상은 상상력에 바탕을 둔 것에 불구한 외계창조론입니다.

이 경우에는 언듯 과학적인 척을 합니다만 제가 보기에 신앙을 바탕으로한 창조론과는 가재와 게 사이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증거도 하나 없는 추론에 의해서 수십 수백가지의 외계창조론을 만들어내는데 증거에 바탕한 연구결과없이 만들어낸 이론이 상상력이지 어찌 과학 비슷한 것이라 할 수있는지... 물론 SF적 상상력에 과학적 지식으로 그럴듯하게 설명을 합니다만 그건 SF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나오면 됩니다. 상상력으로 추론하자면 인류를 만든이는 수만가지가 될 수도 있는데 이건 무슨 학문도 아니고 그냥 소설을 과학적으로 치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학문적 지식과 증거를 바탕으로한 진화론이 있음에도 전혀 증거라고 할만한 것 없는 상상력(또는 종교서적)을 바탕으로한 창조론이 교과서에 실리는 우스운 동네가 있다고도 합니다. 누군가에 의해 생명체가 또는 인류가 창조되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면 저는 인간은 꼴뚜기 외계인이 창조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어짜피 어떤 증거도 없는 동급의 창조론인데요. 증거를 바탕으로한 추론이 없다면 어떠한 논리도 성립할 수가 없죠.

짧게 쓰려고 했는데 약간 길어졌군요.. ^^;

 

이상으로 책에 대한 소개에 더불어 제 생각을 좀 보태어 리뷰를 해 보았습니다.

인류에 대해 학문적으로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봐둘만한 책입니다. 사진이 많아서 책장을 넘기기도 즐겁구요.

추천해 봅니다. 책값이 좀 비싸므로 부담스러운 분들은 도서관에서 빌려보면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