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책과 음악

[도서리뷰] 식량의 세계사

Naturis 2016. 12. 6.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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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의 세계사" 뭐 이런 형식의 책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특정 분야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데다가 역사적 관점이 들어가기 때문에 더더욱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꽤 훌륭한 서적입니다.. (단, 책내용이 훌륭하다는 것이지 이 책이 번역이 훌륭하다는 것은 아님)


이 책은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문명의 흥망성쇄에 식량이 끼친 영향을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매 챕터마다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을 정도로요.. 아는 것은 더 자세히.. 모르던 것은 새롭게... 


인상적인 부분만 몇 부분 골라 소개해 보면.. (대부분 기억나는 대로 적어봄)

1) 감자가 세계사에 미친 영향.. 

: 신세계의 감자가 구세계로 전래되어 식량자급에 미친 영향이 엄청남.. 잘 자라고 양도 많아서 기아해결과 인구증가에 큰 도움을 주었으며 그런 인구증가는 산업혁명에도 영향을 주었다 할 수 있음. 


2) 향신료와 대항해시대와 사탕수수와 노예무역

: 길게 연결되어 설명해야 하는 부분인데.. 

유럽에서의 향신료에 대한 갈구는 향신료 주요 산지인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지로의 직접 무역을 원하게 됨(이전엔 이슬람 세력에 가로막혀 불가능)

-> 서쪽으론 아메리카, 동쪽으론 아프리카와 인도, 인도네시아 등으로 항로 개척(서쪽은 스페인, 동쪽은 포르투칼이 주도적.. 예외적으로 브라질쪽은 포르투칼이 선점한 정도)

-> 동아프리카에서 사탕수수 재배하고 한편으론 사탕수수 재배에 유리한 카리브해 인근을 사탕수수농장개발하게 되는데 여기에 막대한 노동력이 필요함. 문제는 동아프리카에서는 그 곳 노예를 쓰면 되지만 아메리카 원주민은 구대륙의 전염병 유입으로 인구 급감한 상태.. 따라서 아프리카의 노예들이 아메리카에 대규모 이동하게 됨.. (물론 아프리카 원주민을 마구 잡아들인 노예이고 잡아들이는 과정에서 아메리카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죽는 사람이 더 많았음)

-> 두 개의 삼각무역 

- 첫번째 삼각 : 아메리카의 물품(주로 설탕)이 유럽으로 운송 -> 유럽의 상품(주로 직물) 이 아프리카로 운송 -> 직물을 판 대금으로 구입한 아프리카의 노동력(노예)가 아메리카로 운송되어 설탕 농장 노예가 됨. 

- 두번째 삼각 : 설탕 재조과정에서 생산된 시럽이 유럽으로 운송 -> 유럽에서 시럽을 증류해 럼주로 만들어 아프리카로 운송 -> 그 대금으로 아프리카에서 노예 구매에 쓰임 -> 아프리카의 노예들이 카리브해로 운송되어 설탕 제조. .


3) 대항해 시대의 야만성

: 우리가 알던 대항해 시대는 그리 낭만적이지 않음. .오히려 제국주의 피의 역사의 시작일 뿐... 

예를 들면 포르투칼의 향신료 무역..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로 가는 길을 여는 과정에 아프리카 각 지역에 기지를 건설함 (살인은 덤)

-> 인도에 기존에 있던 이슬람 무역상을 무력으로 물리침 (살인은 덤. 인도의 항구를 겁박. 참고로 이슬람 무역선은 함포전투용이 아니나 포르투칼 무역선은 함포전투가 가능함. )

-> 인도네시아 일대에 무역기지 건설, 향신료(육두구 등) 농장 개발 (살인은 덤. 원주민 강제 노동. 심지어는 일본의 사무라이를 고용해 원주민을 감시하고 처형하는데 고용)


4) 무기로서의 식량

: 스탈린과 모택동의 사례.. 

둘 다 공히 식량생산을 늘린다고 헛짓거리하다 수천만의 생명을 앗아갔음.. 헛짓거리의 대표적인 예로는 중국의 대약진운동 당시 쥐와 참새를 다 잡아죽여 곤충이 폭증해 농사는 폭망했음... 공산주의식 집단농업체제는 생산성을 급격하게 떨어뜨렸고 중국의 대약진운동으로 수천만이 굶어 죽었음.. 

소련과 중국의 공산체제하에서 양국은 서방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식량을 수입했음... 소련의 붕괴에는 서방에서의 식량수입증가로 인한 경제붕괴가 주요 원인이었고, 중국의 경우에는 등소평 등장 이후로 사유농경이 얼마간 가능해지기 시작하면서 식량문제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음.. 


5) 질소 혁명과 기아 해결 

: 질소 비료가 식량 생산에 혁명적 영향을 줌 (당연히 인구의 폭발적 증가를 가져옴)

질소를 농작물에 공급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퇴비, 농작물 갈아업어 지력 회복하기(콩이 제일 효과적임) 

그리고 남미의 구아노(바다새의 똥이 쌓인 것)같은 것이 있는데 구아노는 질소량이 풍부하여 폭발적으로 채취사용하게 되나 급격하게 바닥남.. 


6) 프리츠 하버(Fritz Haber)와 인공 질소의 개발.. 

: 암모니아가 질소 비료 제조에 있어서 중요한데 대량 생산이 어려움.. 

프리츠 하버는 암모니아(NH3) 합성법으로 공이 있으나 1차대전때 독가스 제조에도 기여한 인물...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여 두고두고 논란의 대상임.. 


7) 한국에 대한 언급은 딱 두 차례.. 

- 광우병 당시의 촛불시위(식량문제는 다른 정치 사회문제와 결부되어 시위를 일으킨다는 사례로)

- 한국의 난쟁이 밀종자가 현재 전세계 밀종자의 선조쯤 된다고 보면 됨.. (난쟁이 밀종자가 쓰러지지 않고 낱알이 많이 열리는데 일본과 미국을 거쳐 계속 개량되어 전세계에 퍼짐)


<이 책의 문제점>

: 번역에서 상당수 문제점이 들어납니다. 

사실 이 책 뿐만아니라 많은 번역서적들에 번역에 문제가 있는데 잘못된 번역과 어색한 번역이 이 책에도 골고루 눈에 띄더군요.. 읽다보면 이상한 문장이 더러 보이고 아래와 같이 명백하게 오역한 부분도 있습니다. 


오역한 곳은 3번째 줄...  미국 남북전쟁에 대한 내용입니다. 

" 북부 연방의 전략은 식량 부족 및 경제 붕괴 사태를 일으킴으로써 연맹에 속한 남부 주들의 이탈을 봉쇄하는 것이었다."

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나요?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잘못된 번역입니다. 


이건 아마도 아래와같이 번역했어야 맞지 않나 싶습니다. 

" 북부 연방의 전략은 연맹에 속한 남부 주들을 봉쇄하여 식량 부족 및 경제 붕괴 사태를 일으키는 것이다" 또는 "남부 연맹 주들에 식량 부족 및 경제 붕괴 사태를 일으켜 결과적으로 연맹으로부터의 이탈을 야기하는 것이다" 정도가 내용상으로는 맞을것 같습니다. (아마도 전자가 더 알맞은 해석)

즉, 오역한 부분대로라면 남부 주들의 이탈을 봉쇄하는 건 이적행위가 되는 아주 엉터리 번역이 되버리는 것이거든요.. 미국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분이라면 이 한 문장만 봐도 잘못된 문장이라는 것을 알겁니다... 





위 부분은 요건 그냥 사소한 불편 내지는 태클인데요. 

100세제곱센티미터... 라고 굳이 길게 쓸 필요가 있을까 싶더군요.  그냥 100cm³ 라고 쓰면 보기도 편할 것을....   



결론적으로 책내용은 추천할 만하나 잘못된 번역이 더러 보임.. 이걸 추천해야 할까나 말까나... 그래도 추천합니다. 그만큼 책의 내용이 좋아요.. 지식의 확장을 느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