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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폭파, 영화 "V for Vendetta"

Naturis 2009. 12. 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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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전 영화 " V for Vendetta "를 뒤늦게 보았다. 2005년작이니까 벌써 4년이 지난 작품이다.
원작 만화책이 80년대에 나온 유명한 만화인데 스토리는 제3차대전후 사람들의 공포를 이용하여 영국에 독재정권이 들어서고 여기에 항거하는 V라는 인물의 이야기다.

 

이 영화를 이해하려면 영화의 배경에 대해 알아두면 좋다. 
V는 가이 폭스(Guy Fwakes)라는 역사적 인물의 가면을 항상 쓰고 다니는데, 그 가면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가이 폭스는 1605년  11월 5일, 영국에서 카톨릭교도 탄압에 반발하여 당시의 국왕인 제임스 1세와 대신, 의회 의원들을 암살하려고 의사당을 폭발하려다 발각된 사건의 주모자이다. 이 음모가 무산된 것을 기념하여 11월 5일을 Guy Fwakes Day(가이 폭스 데이)라고 부른다. 이 영화에서는 가이폭스의 의사당 폭파 음모를 독재에 대한 항거를 상징하는 것으로 그린 것이다. 당시 제임스 1세 시대는 절대왕정의 절정기인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치세와 몇 십년 후에 있을 권리청원, 청교도 혁명 등 역사적으로 (적어도 영국에서만은) 시민 혁명이 막 시작되던 시대의 그 중간쯤 변혁기라고 보면 된다.  

한편, 영화 제목의 "Vendetta"라는 단어는 "피의 복수"라는 뜻으로 과거 Corsica(프랑스 남부의 섬으로 나폴레옹이 태어난 섬이다)나 이탈리아의 섬에서 행해졌다고 한다. 영화에서 V는 독재정권에 의한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행해진 인구조절 실험으로 발생한 사고로 화상을 입은 것으로 설명되는데 실재 얼굴은 절대 보여주지는 않는다. 영화 초반부터 고든이라는 인물을 V가 아닌가 하고 의심했지만 V는 그냥 V일뿐 어느 누구도 아니었다. 어쨌든 독재정권에 대한 항거는 V에게 있어서는 Vendetta인 샘이다.

이 영화의 V역을 맡은 배우는 휴고 위빙(Hugo Weaving). 바로 매트릭스의 그 Mr. Smith 이다. 영화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일품이다했더니 영화 '트랜스포머'의 메가트론 목소리도 이 아저씨의 목소리였다. ㅎㅎ

영화 자체는 중간에 좀 지루한 맛도 있고 마지막 장면도 좀 밋밋한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이제껏 건물 폭파시키는게 이렇게 화끈하고 매력적인 영화는 없었다. 전반부에서 한번 (아마도 영국 형사재판소였던 듯), 마지막 부분에서 또 한번 (영국 의회 의사당이었던 듯). 이렇게 두번 나오는데 특히 전반부에서 "V"의 지휘에 맞춰 영국재판소와 Madame Justice(정의의 여신?)가 폭발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거기에 흘러나오는 차이코프스키의 '1812 서곡' (Overture 1812 op. 49 )은 폭발에 딱 들어맞는다. 1812 서곡 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쳐들어갔다가 격퇴된 것을 기념하여 러시아의 작곡가 차이코프스키가 만든 곡이다. 아마도 독재자 나폴레옹을 격퇴한다는 의미와 V의 저항을 매치시키려 이 음악을 고른듯 하다. 근데 정작 차이코프스키 본인은 원해서 이 곡을 작곡한 건 아니었던 것 같다. 1812 서곡안에는 '슬라브 행진곡(March Slav)' 등도 들어가 있으니 한 번 들어보면 좋으련만, 그 넘의 저작권 때문에 올릴 수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곡들 특히 영화 OST에 관한 포스팅을 정말 하고 싶었는데 아쉬울 따름이다. 유튜브에 가보면 분명 있을 것이다.


위 장면 Madame Justice를 폭발시키는 장면에서 V는 멋진 지휘를 하며

 

"Here comes the crescendo!"

"How beautiful, is it not?" 라고 외친다. 이 영화에서 제일 볼만한 장면이라고 할까. 시원통쾌 그 자체다 ㅎㅎ 사실 내가 이 영화 리뷰를 하려고 마음먹은 이유도 이 장면때문.. ^^;  극장에서 못 본게 좀 아쉽긴 하다. 만화책에서도 이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1812 서곡'으로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기회가 닿으면 만화책을 읽어봐야겠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극단적인 독재와 통제사회. 마치 박정희 시대의 상황과 좀 비슷한 면이 많다고나 할까. 야간 통금이나 언론 통제와 조작, 권력에 대한 반대자에 대한 폭력과 살인 등. 뭐 사실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도 다시 박정희 시대로 회귀하고 있으니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긴 하다. 그렇다면 만약 우리에게도 V가 나타나 국회의사당과 청와대,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을 폭파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나는 V에게 박수를 쳐줘야할까 비난을 해야할까? 이미 그런 독재의 시대가 도래한 건 아닐까?

"People should not be afraid of their governments, govenments should be afraid of their people." 
(국민은 정부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