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 <원더우먼 1984(Wonder Woman 1984)>에 대한 리뷰를 간단히 적어봅니다.
논란도 좀 있는데 솔직히 적어봅니다.
1. 어색한 설정들이 좀 있더군요.
1) 영화 극초반에 다이아나(원더우먼)의 어린 시절에 꼼수를 쓰다 교훈을 얻는 장면이 있는데 전체적으로 어색합니다.
시합을 왜 저런걸 하나 싶을 정도로 색다른 것도 없는데 시합같지가 않다고 할까요. 게다가 어린 10살 안 될 다이아나가 시합에서 말다루고 창다루는 모습이 몸에 맞지 않는 어른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묘기는 부리는데 (말이나 무기에) 얹혀가는 느낌을 주더군요. 몸이 말과 무기에 끌려가는데 자신보다 나이많은 언니들보다 나은 실력을 보여주는게 영 어색해서 역시나 몸이 끌려간다는 느낌... 문득 80년대만해도 시골에선 가끔 볼 수 있던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10살도 않된 어린아이가 어른들 타는 커다란 짐자전거를 억지로 타는 풍경.. 차라리 최소한 10대 틴에이저 쯤이라도 되는 다이아나를 보여줬더라면 덜 어색했을 텐데요.. 물론 이것도 감독이 의도한 거라면 할 말 없지만 그건 아닐 듯 싶었네요... 설정 미스...
2) 영화에는 (악한 신이 만든) 소원을 들어주는 보석 등장하고 그것에 물든(?) 등장인물들이 악당이 되는 설정입니다.
흠.. 스토리가 좀 빈약하죠. 너무 흔해빠진다가 생뚱맞기도하고.. 보다보면 영화 부제목을 "소원석"이라고 불러야겠구나 싶더군요.
3) 치타라는 여성 악당은 존재감 없는 아웃사이더같은 여성이 소원석의 도움으로 소원을 이루고 악당이 되는데... 자신의 컴플렉스인 외모에 있어서 소원석의 도움으로 그다지 변화가 일어난것 같지도 않은데 그녀를 무시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관심을 갖기 시작하거나 하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제 눈엔 변화전이나 후나 그다지 매력없는 외모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엄청 매력있어 보이는 외모도 아닌데... 변화라고 하기엔 너무 변화도 없는... 감독은 안경만 씌웠다고 매력없다고 생각하는 건가싶기도 하구요.
4) 악당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 이 영화에서는 악당이 반성하고 자신이 벌인 일들을 되돌려 평화를 가져온다. 이 모든게 감독이 의도한 바라면 어쩔 수 없으나 선악의 대결로 끝장을 보는 것에 익숙한 관객들에겐 좀 실망스러울지도... (악당을 물리친 건 다이아나의 꼰대적 설교였음)
2. 연기력
: 개인적 느낌일 수 있으나 조심히 적어보자면 주인공 원더우먼역의 갤 가돗은 아무리 봐도 연기력이 부족한 듯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게다가 피지컬은 시원스럽긴 한데, 표정연기가 특히 별로였습니다. 특히 눈 연기는 항상 비슷해 보여서 눈치켜 뜬 것 말고 그다지 변화가 없어요. 한마디로 굳은 얼굴.. 연기자로선 치명적 약점이죠. 스칼렛 요한슨 정도를 기대하는 건 과한 욕심일까요.
반면에 악당 맥스 로브역의 페드로 파스칼의 연기가 제일 좋았습니다. 페드로 파스칼은 얼마전 포스팅했던 미드 <더 만달로리안>의 주인공이고 미드 <왕좌의 게임>에서 마운틴에게 압살당하는 충격씬으로 유명한데 워낙 매력적인 캐릭터의 죽음이라 더 그랬었죠.
3. 액션이 그다지 볼만한 게 없다..
: 한마디로 소소함...
1편의 액션을 기대할 정도는 아니고, 이 영화의 메인 악당 맥스 로브의 기술이 화려한게 아닌터라 원더우먼과의 화끈한 대결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서브 악당인 치타와의 대결도 그냥 둘이 치고 받는 정도라 그 정도는 일반인들도 할 수 있다 싶을 정도라 생각되더군요.
4.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중 Voi che sapete (Le nozze di Figaro)
: 원더우먼의 소원으로 죽었던 연인이 살아돌아와 잠시 즐거운 데이트를 하는 장면에는 낯익은 유명한 오페라 가락이 흘러나옵니다. 이걸 왜 제가 잘 아냐면 제 스마트폰에 저장해 놓은 즐겨듣는 오페라 음악이라...
오페라의 그 "Voi che sapete" 란 대목의 제목은 "당신들은 알고 있죠" 라는 뜻으로 가사 내용은 요약하면 "사랑이 즐겁고 고통쓰럽고 때론 편안하지 않지만 그래도 좋다" 쯤...
그 가사를 굳이 영화와 관련지어 생각해보면 결국 소원으로 이뤄진 연인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복선인 듯 한데 언젠가 사라질 사랑이라도 지금 이순간만은 행복하다는 걸 표현하려고 했던 듯합니다.
5. 제목이 왜 1984일까...
: 이건 현재의 모든 악이 시작된 해를 1984라고 판단하고 감독이 지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를 뒷받침 하는게 악당 캐릭터인 맥스 로브(페드로 파스칼). 이 사람은 분장을 보면 어째 눈에 익은 그 인물 트럼프! 분명 모든 걸 소유하려는 욕심으로 가득찬 이 인간은 트럼프입니다. 영화에서 악당은 방송꾼이지만 사기쳐서 사업하려는 인간으로 나오죠다. 딱.. 트럼프가 걸어온 길이 그러했죠.
그리고 영화에서 악당이 가져간 가장 큰 재능은 "구라쳐서" 악당의 말을 따르게 하는 능력이었습니다. 딱 현실의 트럼프와 맞는 재능이었죠.
그래서 찾아봤어요. 과연 트럼프의 1984년에는 무슨 일이 있어나.
1984년 트럼프는 미국 뉴저지 아틀란틱 시티에 "Harrah's at Trump Plaza"란 호텔겸 카지노를 오픈했다고 나오더군요. 아마도 이게 트럼프 성공의 전환점이 된게 아닌가 싶어요.
아무튼 그 이상은 알고 싶지 않고 감독은 트럼프로 대표되는 사람을 현혹시키는 천박한 자본주의자를 1984년이라는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비판하고자 했던 것 같다. 영화에서는 결론적으로 트럼프같은 악당이 마음을 고쳐먹어 악으로 상징되는 것들(핵무기 등)이 사라지고 악당도 사랑하는 아들의 소중함을 알고 돌아오는 것을 끝나지만..... 트럼프류의 인간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이렇게라도 영화로라도 감독이 소원을 이뤄보고 싶었던 게 아닌가 추측을 해봅니다..
6. 영화가 주는 꼰대적 훈수 -> 순리대로 얻지 않은 것에는 댓가가 따른다?
어린 시절 다이아나(원더우먼)이 얻은 교훈이고, 1984년에도 소원돌로 얻은 연인에 대한 댓가로 진실의 힘이 원천인 원더우먼은 그 능력을 잃게 되죠... 결국은 뭐 힘을 다시 찾으려면 순리대로 죽은 자(연인)는 죽어야하는 댓가가...
다이아나의 설교질 한번에 악당이 자신의 소원을 포기하는 것으로 평화가 옴.. 이건 뭐야싶었어요ㅎ 물론 현실의 트럼프같은 인간은 결코 설교질에 자신이 가진것을 절대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감독의 소망을 담아 이 영화에선 가능함
(원더우먼이 아니고 슈퍼맨이었으면 악당이고뭐고 그냥 눈빛광선만으로 녹여 소멸시켜버렸을 듯.. 그래서 슈퍼맨이 없는 1984년이어야 했던 것일지도... )
결론은 심심한 액션에 좀 당황스런 설정과 스토리를 빼면 그냥 시간죽이기로 볼만은 한 정도쯤. 트럼프 시대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들어낸 영화라는게 제 개인적 생각.
날이 차네요. 다들 새해 복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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