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지 않았으나 만족하며 봤던 영화 <퍼스트맨> (First Man, 2018).
우주. 퍼스트 맨... 단어만 들어도 이 영화의 스토리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단지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인가 아닌가만 남아있을 뿐.
어쩌면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영화를 봤지만 라이언 고슬링이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가 등장해서 그 걱정은 기대로 변했습니다.
이 영화는 퍼스트 맨은 최초로 달표면에 발을 디딘 미국의 닐 암스트롱 개인과 그 가족이 겪는 고통을 중심으로 우주비행사들의 훈련과정과 미국의 그리고 인류의 우주개척 초기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1969년도에 아날로그적 감성의 기계들로 가득찬 지금으로 봐선 조악해 보이기까지한 우주선으로 달에 갈 수 있을까 불가사의하게도 느껴지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노력과 희생에 찬사와 경외심을 갖게 합니다.
영화속 웃픈 한장면. 얼마전 사고로 동료를 잃고 이젠 우주 도킹 임무를 해야 하러 제미니8호에 승선하러 가는길.
제미니8호에 앞에서 승선을 기다리는 스텝들의 시선이 마치 살아 돌아올 지 모르는 전쟁터에 가는 병사들을 바라보는 것만 같아 웃프게 하더군요.
그런데 영화를 보면 생각보다 작은 우주비행선 내부에 놀라게 됩니다. 초기의 우주선들은 우리가 흔히 TV에서 봐왔던 보던 무중력 유영하며 음식까지 던지고 받아먹고 놀던 그런 커다란(?) 것이 아닙니다. 마치 석기시대의 움집만한 크기의 정말 커다란 깡통같지만 겨우 앉아있을 뿐한 답답한 넓이라 선체에 있는 것만으로 고역이었을 그런 것입니다. 위 사진의 터널 끝의 작은 우주선이 제미니8호. 완전 깡통 움집..
영화는 언제 발생할지도 모를 사고로 닐의 가족들이 항상 품고 있을 초조함, 불안감 등 우주비행사 가족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폴로11호 임무로 집을 나서는 전날밤에는 아이들에게 아무말 없이 떠나려는 닐 암스트롱에게 아내는 이번만은 아이들에게 달에서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라고 하는데.. 어쩔 수없이 닐이 아이들을 대면하는 장면이 나오죠. 이때만은 철없던 아들도 아버지가 귀환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 더 안쓰럽..
사실 우주인 닐 암스트롱 본인의 불안한 심정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 동료들이 죽어가고 한순간에 아버지없고 남편없는 가정이 되어버리는 상황을 보아왔으니. 그래서인지 가끔 히스테리를 부리기도..
한편 SF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두 우주선체의 도킹문제로 우주선이 고속으로 회전하는 상황이 나오는데 이 영화에서도 발생합니다. 아마도 실제 사고였을 듯하죠. 인터스텔라에서 사고와 비교해 보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실제 삶과 죽음이 달린 일.. 위기 상황에서 체력은 물론 침착함과 경험이 중요한데 선장(닐 암스트롱)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싶더군요.
아폴로11호로 향하는 닐 암스트롱과 동료들. (콜린스, 암스트롱, 올드린 순... )
장비들을 보면 SF영화와는 다르게 허접한 장비들도 다수 있습니다. 1969년도니 뭐...
아폴로11호가 실린 로켓은 거대한 새턴 5호.
그리고 아폴로11호는 세 모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커맨드 모듈(command moduel. CM) : 3인의 선실. 지구에 돌아온 유일한 모듈.
서비스 모듈(service moduel, SM) : CM의 추진, 전력, 산소, 물 등을 지원.
루나 모듈(lunar module. LM) : 달 착륙선. (이륙단과 상승단으로 구성)
지구를 떠난 며칠후 달표면에 무사히 도착...
워낙 과학적 고증이 잘 되어 있는 영화지만 달 착륙후 우주선 문을 열리며 그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갑자스런 무음... 이건 달표면 느낌 오죠^^
달표면위의 인류 최초의 발걸음의 기쁨 뒤에 닐 암스트롱의 어릴 딸 케린의 추억이 스쳐갑니다. 닐은 어린 나이에 뇌종양으로 사망한 케런의 팔찌를 달의 분화구에 던져두고 옵니다. (사실 이부분은 창작입니다. 암 스트롱은 달에 개인적인 물건을 놓고 오지 않았다고하죠. 물론 진실은 그 자신만 알겠지만... 반면에 이후 실제 달에 착륙한 여러 우주인들이 가족과 관련된 물건을 달에 놔두거나 흔적을 남겨놓고 옴. 딸의 이름을 달 표면에 새기거나 가족 사진을 놓고 오거나.. 참고로 달에 간건 아폴로11호 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11호 이후로 여러 우주선이 달표면에 착륙합니다. 달에 간 적이 없다는 음모론은 말이 안되는거구요. )
미국 우주 비행 초기의 역경을 그려낸 이 영화를 보며 그 부러움과 함께 대한민국도 언젠가 외나로도에서 발사한 로켓과 우주비행선이 우주에서 활약하게 될 날을 기대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첫 도전을 훨씬 더 후대에 영화로 제작해 볼 수 있기를...
이 영화 퍼스트 맨은 예상보다 낮은 네이버 평점이 좀 아쉽긴 하지만 정말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특수효과 기술적으로도 딱히 흠 잡을 것 없이 잘 고증된 것 같고. (이런 류의 대다수의 영화가 그렇듯 몇가지 사소한 고증 오류가 있긴 함. 우주선 내부가 약간 중고같은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 실제론 새로 제작한 우주선을 보냈다고.. )
실제 닐 암스트롱. 영화에서는 차갑고 어두운 이미지로 나오는데 실제 암스토롱은 밝은 이미지였다고 하더군요.
결론적으로 이 영화 추천해봅니다. 2시간 21분으로 꽤 긴 편의 상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어쩌면 과학에 관심없거나 과학에 눈돌리는 분들, 아마도 문과계열이거나 여성분들에겐 지루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평점 1점과 10점으로 양분될지도.. ) 저에겐 여느 액션영화나 SF영화보다 재밌게 봤습니다. 올해 봤던 영화중에서도 인상깊은 영화로 손에 꼽을 듯 싶네요. SF나 과학영화 중에서도 탑에 들 정도로 좋았는데 인터스텔라보다도 이 영화를 더 높이 쳐주고 싶네요. 이것이 리얼이다!
이 영화 <퍼스트 맨>은 과학에 관심이 있건 없건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 영상이 될 겁니다. 강추하며 이왕이면 큰 화면에서 보시길.. IMAX에서 재개봉 한다면 다시 보고 싶어요.
그나저나 대한민국도 이런 영화 만들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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