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음.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1957년작 흑백영화 <카비리아의 밤 Le Notti Di Cabiria , Nights Of Cabiria> 입니다.
이태리영화(프랑스 합작)로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은 <길 La Strada , 1954> 이란 영화로 더 유명하죠. <길>은 왠만큼 영화에 관심이 깊은 사람이라면 한번쯤을 들어봤을 겁니다. 저도 온전하게 보지는 못했고 살짝 본 것 같은데 스토리는 완전히 이해할 정도로 유명한 영화라 많은 영화 미디어에서 많이들 소개되었죠. 심지어는 제대로 보지 못한 영화의 주인공 남녀의 이름까지도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잠파노와 젤소미나.. 주제가도 유명하기도 하고.. 두 배우(앤서니 퀸과 줄리에타 마시니.. )도 유명하고.. 여주인공과 감독은 결혼하기도 했고.
이 영화 <카바리아의 밤>은 바로 그 <길>을 만든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입니다. <길>만큼은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죠. <카바리아의 밤>에는 <길>의 줄리에타 마시나(Giulietta Masina)가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영화 제목 번역은 <카바리아의 밤>이라고 되어있는데 직역그대로 그냥 <카바리아의 밤들>이라고 하는게 더 낫지 않나 싶습니다. 그냥 카바리아의 밤이라고하면 마치 카바리아가 지명처럼 들리는데 카바리아는 여주인공의 직업(매춘부)상 이름이거든요. 밤의 활동이 많은 영화의 특성상 제 생각엔 "밤들"이 더 번역상 낫다고 봅니다.
더불어, 영화 포스터도 좀 자극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영화의 성격을 잘 표현하지 않은 순전히 자극적으로 만든 것으로 보여집니다. 전혀 야하거나 그런거 아니거든요.. 여주인공의 직업이 매춘부인데도 노출씬이나 잠자리씬도 전혀 없으며 심지어 몇 장면만 빼면 그냥 봐서는 그녀가 매춘부라는 것을 알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영화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이 봤을 때 무슨 추리극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영화 처음의 예상외의 시작에 살짝 놀랬고 이 영화의 성격을 알게 됩니다.
첫 장면이 놀라운게 강가 백사장에서 두 연인이 흥겹게 노는 장면이 나오다가 갑자기 남자가 여인의 백을 빼앗고 여인을 강가에 떠밀쳐 빠뜨리는 것입니다. 그 여인이 여자 주인공인 카바리아(줄리에타 마시니 分)
다행히 카비라아는 강가에 있던 사람들에게 구조되어 살아납니다.. 믿고 있던 연인에게 목숨까지 위협받으며 배신당한 거죠. 첫 장면부터 살인인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던 거죠.. 구조된 카바리아는 경찰을 찾는 것이 아니고 그냥 집으로 향합니다.
여기까지는 그냥 평범한 여인으로 보이지만 그녀가 돌아온 집과 마을(빈민가) 그리고 그녀가 만나는 친구들(매춘분들)의 모습을 보며 이 영화의 성격을 알아채게 됩니다. 전후 이탈리아에서 많은 명작영화를 만들어냈던 네오리얼리즘의 영화라는 것을..
카바리아가 경찰을 찾지 않았던 것은 그녀의 삶을 보면 이해가게 됩니다. 천애고아인데다가 거친 말을 하지만 남자친구에게만은 일편단심의 로맨스를 가지고 있는 그녀의 성격도 있고, 이탈리아의 가부장적인 문화도 있고(유럽치고는 꽤나 여성의 지위가 낮은 편), 그리고 당시 경찰력에 딱히 기대할 만한 이탈리아의 상황도 아니었을 것 같고, 결정적으로 경찰에게 함부로 찾아가지 못하는 직업적 형편도 있는 거죠.. (길거리에서 서있다가 경찰차가 나타나면 바퀴벌레떼 사라지듯 카비라와 매춘부 친구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는 매춘부란 직업으로서의 삶보다는 사회에 밑바닥의 여인이 마주칠 수 있는 당시 이탈리아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1957년에 영화 최초 개봉시에는 약 7분정도가 검열로 잘렸다고 합니다. 토굴에 사는 빈민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며 빈민을 돕는 남자가 나오는 장면인데 아마도 방공호처럼 보이는 굴인데 마치 영화 벤허에서 주인공 벤허의 어머니와 누이가 기거하는 나병환자 토굴을 연상케 하더군요. 아마도 이탈리아 정부 입장에서도 빈곤한 이탈리아의 민낯을 보여주는게 꽤나 불편했던 듯 싶어요.
자신의 삶을 구원받으려 신에게 소원을 빌지만 그대로의 삶인 카바리나.
어느날 카바리아는 최면술사의 공연을 보고 나오다가 한 남자에게 구애를 받고 사귀다 그녀의 모든 재산을 팔아 그 남자와 결혼하려 찾아갑니다. 여기서 예상을 하게 되죠. 그 남자도 카바리아를 버릴 것이다는 것을.. 그런데 그 남자는 더 충격적인 장면으로 그녀를 버리려 합니다. 뭔가 불편한 기색에 식은 땀을 흘리던 남자가 인적없는 해안 절벽까지 카바리아를 대려간후 물어봅니다. 수영은 할 줄 아냐고... 남자의 말에 카바리아는 자신을 절벽으로 밀어 죽일거냐고 묻고 남자는 용기가 없어 차마 밀어 죽이지는 못하고 돈이 든 핸드백만 가지고 떠나려 하는데 그녀는 살고싶지 않다고 차라리 절벽에 밀어죽이라고 합니다. 그냥 떠난 남자와, 바닥에 엎드려 하염없이 우는 카바리나.. (이 장면이 아마 유명한 장면일 듯)
마지막 장면은 울다 일어나 얼룩진 화장을 한 채로 길을 걷다 흥겹게 즉흥 행진을 하는 어린 남녀들의 행진속에서 묻혀 눈물속에 웃는 카바리나의 장면으로 끝납니다.
구성상으로 보면 이 영화는 돌고돌아 제자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남자에게 배신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똑같은 장면으로 끝나죠. 심지어는 이제 돌아갈 집도 없어요.. 쳇바퀴 돌듯 돌아도 그대로인 당시 이탈리아 빈민층의 삶을 그리는 건가 싶기도 하구요. 예상컨데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돈을 갈취하려 연인까지도 죽이는 범죄조차 만연했던게 아닌가 싶은 예상도 해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여주인공 줄리에타 마시니의 빼어난 연기도 좋고 영화의 시작과 끝이 좀 놀라운 네오리얼리즘의 이탈리아 영화 <카비리아의 밤>. 전후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답게 흑백필름으로 사회 빈민층의 민낯과 차가운 현실을 보여주는데 뛰어나다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아무튼 기회되시면 한번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저는 조만간 <길 La Strada>이나 다시 제대로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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