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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란(乱, Ran,1985)

Naturis 2010. 4. 29.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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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있습니다~

새벽시간에 장시간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아키라 감독의 1985년작 란은 대규모 전투씬이 있는 대작 영화이다. 이 때문에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해 중도에 촬영을 그만 두어야 했지만 결국 프랑스 자본의 도움으로 영화를 완성한 작품이다.

이 영화를 조금 보다 보면 왠지 익숙한 스토리 아닌가 싶었는데 아니다 다를까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원작으로하여 시나리오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의 뛰어난 작품성 때문일까 이 영화 자체가 뿜어내는 심오함이 있다.
'리어왕'의 원작을 아는 분이라면 궂이 이 영화의 스토리를 말하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고, 물론 원작과는 등장 인물이라던가 몇 가지 구성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같지 않나 싶다.

대강의 스토리는 어느 지방 영주가 어느날 사냥을 나갔다가 잠깐 잠이 들어 자신이 황야에 홀로 남는 꿈(일종의 예지몽?)을 꾸는데 그 즉시 자신의 세 아들들을 불러놓고 장자에게 자신의 지위를 넘겨준다고 발표하는 것을 시작한다. 셋째 아들은 형들이 우두머리자리를 놓고 싸움을 할 것이라고 아버지에게 불만을 털어놓으나 이에 분개하여 영주는 셋째 아들을 내 쫓는다. 

이후 지위를 물려주고 난 영주는 장자와 차자에게서 버림받고, 반 미치광이가 되버리는데 나중에 둘째는 장자를 죽이고, 결국 셋째 아들이 영주를 구하려하나 셋째 아들도 둘째 아들의 계락에 의해 죽게 된다. 그리고, 영주는 죽은 셋째 아들에게 자신의 과오를 사과할 틈도 없이 비통해하다 죽는다.... 음.. 스토리 중간 생략이 좀 많았나..ㅋㅋ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내 생각을 정리하자면,

첫째, 2시간이 넘는 긴 상영시간이라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데... 중반 이후에 사실은 좀 지루했다 -_-;

둘째, 이 영화를 보면서 이런 뛰어난 감독에게서 이런 작품이 요즘에는 일본에 없다는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셋째, 요즈음의 CG처리한 전투씬과는 다른 멋진 영상을 볼 수 있다. 물론 중국영화 엄청난 엑스트라 동원에는 못 미치겠지만 상당히 많은 엑스트라를 동원하여 적절하게 전투씬을 찍은 것 같다. 특히, 개인적으로 기마병이 많이 나와서 좋았다는 것.

넷째, 이 영화에서는 영주를 항상 따라다니는 광대의 역할이 꽤 중요한데 마치 우리 탈춤의 '말뚝이'와 비슷한 캐릭터라고 할까 영화를 해설하는 역할 비슷한 것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초중반 그렇게 역할 비중이 크던 광대가 후반들어가면 거의 그의 목소리를 못 내고 단순한 하인역할 이상의 몫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아쉬운 점은 맨 마지막 씬에서 충신이었던 어느 장군(이름은 기억이 ..^^; )이 인간들의 아비규환을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광대가 멋지게 춤추며 대신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내가 아키라라면 그랬을 것 같다. ^^;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영주가 죽인 적장 딸이자 영주의 며느리인 스에(불심이 깊고 영주를 용서한다)가 그토록 불심을 부르짖지만 결국 둘째 아들의 명으로 목이 잘리는 설정에서 인간의 탐욕은 선과 정의는 악과 탐욕에 쉽게 굴복당하는, 따라서 부처라던가 신이라던가 누가 구제하고 구제받고 할 성질의 것이 아니고 인간의 타고난 그리고 짊어지고 가야할 숙명이라고 감독은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내 개인적 생각이지만...

제대로된 일본 영화를 맛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 강추한다...

p.s 그나저나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언제 한번 제대로 읽어봐야 할 듯하다. ^^;
그리고, 다음 영화는 카게무샤..^_^


미쳐버린 주인공. 배우의 연기가 뛰어나다.



 

이 여자, 모든 불행에 불을 지피고 완성시키는 인물이다.




차디찬 주검이 된 둘째 아들을 보고 울부짖는 주인공.




시아버지를 용서하는 선의 상징 스에.




영화에서는 이런 대규모(?) 전투씬이 적지 않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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