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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새로 쓴 독일 역사 (Kleine deutsche Geschichte) - 하겐 슐츠 저 -

Naturis 2014. 1. 2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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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쉽게 접해 보지 못한 독일의 역사, 한국사가 아닌 서양의 한 나라 그것도 영국이나 프랑스가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독일의 역사를 다룬 하겐 슐츠 저작의 "새로 쓴 독일 역사 (Kleine deutsche Geschichte)" 입니다.

 

 

 

시대순으로 보면 Germania 라는 명칭이 사용되기 시작했던 로마시대부터 신성로마제국시대 그리고 프로이센을 중심으로한 독일 통일시기와 바이마르 정권 시기, 그 뒤를 이은 파멸의 제3제국과 동서분단을 거쳐 동서독의 통일까지 대체적으로 독일 민족이라는 관념의 형성 위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나온 이유 중의 하나가 동서독의 통일 이후 독일이란 무엇이고 독일 민족이란 무엇인지를 되돌아보며 독일 역사를 정리했다고 보는게 맞을 겁니다.

역사서의 서술방식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아는 역사서 예를 들면 편년체와 사건 중심의 서술 방식이 아니라 독일 민족 개념의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서술하여 흔히 역사서에서 보이는 자잘한 세세한 맛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엉뚱하고 불필요한 얘기만 써놓은 것이냐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통하는 관점이 하나 있으니 그건 독일 영토 주변의 사람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해 왔으며 이것이 후에 독일 영토와 독일인이라는 관념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기에 독일인은 처음부터 독일인(german)이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다시피 독일이라는 불확정의 땅의 개념 자체가 로마시대에는 단순히 로마제국이 확장해가지 못하는 그 한계선으로서 라인강 건너편의 넒은 지역을 게르마니아(Germania)라고 부른대서 시작되었고, 그 후에 교황에게서 인정받는 넓은 신성로마제국의 일부로서 독일 지역땅의 사람들 스스로 로마인의 후예라고 생각했을 뿐 독일인이라는 개념은 형성되지 않았고 명칭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19세기 이후에나 독일인이라는 개념이 서서히 형성되어 왔지만 그것마저도 일찌기 영국인, 프랑스인이라는 개념이 들어서있던 유럽 강대국들보다는 시기가 늦었고 이는 독일의 선진화에도 지장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설명은 했지만 로마시대 이후 프로이센의 빌헬름 1세와 비스마르크가 등장하는 시기까지는 서술내용이 굉장히 짧게 압축되어 있는 편입니다. 중요한 내용은 빌헬름 1세로부터 시작해 강성해진 독일 그리고 두 번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시기라고 볼 수 있는데 나치의 등장으로 어떻게 민족주의가 정치에 철저하게 이용되어 왔는지, 나치의 흥망의 역사는 꽤 흥미로왔던 부분입니다. 그런 점에서 정치사라고 할 정도로 정치관계에 대한 설명이 많은데 독일현대사에서의 정치적인 이해관계와 이합집산을 보면서 우리의 정치와 다를 것이 없다는 현장감도 느끼질 정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분단과 재통일의 과정 그리고 독일민족이 미래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역사서라면 한민족이 뭔가 특출난 민족인양, 자랑스런 민족인냥 계몽적으로 서술해왔을 터인데 그에 비해 이 책은 자신들의 역사임에도 "자랑스런"은 배제하고 독일인 자신의 정체성을 비교적 관조적으로 돌아보는 역사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이 책의 장단점을 하나씩 추가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시대의 생각을 반영할 수 있는 정치적 선전 문구나 포스터, 그리고 통계자료가 많이 삽입되어 있는데 그 시대의 분위기를 어떤 것보다 잘 설명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이 책은 얼마간의 세계사 지식이 없으면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일 바깥 국가들의 상황에 대해서는 설명이 자제되어 있는 편입니다.

- 단점이 하나 있다면 번역투의 문구가 더러 있어서 내용이 매끄럽지 않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번역이 틀렸다기보다는 글을 좀 다듬었야야 하는 부분들이라고 할까요..

오랜 만에 진지한 책을 읽었는데 꽤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독일 역사를 보면서 한민족의 정체성은 물론 대한민국의 통일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구요..

개인적으로 강추하는 책이며 유럽 역사 특히 독일 역사에 관심있는 분들은 물론 한민족의 통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좋은 자료가 될 듯 싶습니다..